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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2년

잡어의 반란과 점심의 호사. — 강남역의 한 빌딩 지하 구석에 있는 일식집. 이래 봬도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소개되고 LG/GS계열 오너 일가의 단골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충남 태안군 신진도 앞바다에서 올라오는 제철 자연산 활어를 숙성하여 2년 묵은 묵은지와 함께 낸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는 푸짐한 런치 세트다. 가장 먼저 고등어 무조림, 회 무침, 묵은지, 씻은 묵은지와 찬이 깔리는데 하나하나 참 맛깔난다. 이어서 잡어회가 나오는데, 말이 잡어지, 보편적으로 먹지 않는 어종을 자연산으로 수급해 수십년의 노하우로 숙성을 해서 내니 실은 아주 귀한 생선회라 할 수 있다. 10월에는 산란기 전의 놀래미를 길게 썰고, 포를 뜨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내주셨는데, 다시는 놀래미를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스시 몇 점과 알밥, 생선탕까지 해서 인 당 1.8만원. 스시의 퀄리티는 많이 아쉬운 수준이지만, 흔치 않은 잡어 숙성회와 음식의 구성을 보면 진짜 저렴하다는 생각이 드는 가격이다. 바로 옆 일식집의 런치코스가 7만원인 걸 보면 더더욱. 첫 방문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혼자서 다찌 자리에 앉아 탕 하나를 주문하고 셰프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맛을 보라며 접시 한 가득 회를 썰어 내주셨다. 혼자 왔다는 이유로 홀대를 하는 식당들도 많이 만나본 터, 이런 집을 만나면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게 된다. (유의: 1인은 런치세트 구성 상 주문이 불가합니다. 대신 동일한 횟감을 사용한 푸짐한 회덮밥과 생선탕, 각종 찬 구성으로 1.8만원에 즐길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둘 이상이서 가시길.) www.instagram.com/colin_beak

잡어와 묵은지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4길 23 서초타운 트라팰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