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을 먹기 위해 겨울은 그토록 추웠나보다. — 매서운 바람을 뚫고 우동 한 그릇을 향해 걷는다. 논현역 인근에 있는 <걍우동>. 과거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사장님이 차린 조그마한 우동집이다. 5,500원 짜리 우동. 정녕 이 가격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맛이 아닐까싶다. 포장마차의 감성이 묻어나는, 내숭 따위 떨지 않고 조미료, 시치미, 조미김, 파채로 솔직하게 감칠맛을 낸 우동이다. 어묵과 유부도 넉넉하게 들어있고 면발도 전혀 초라하지 않다. 몸에 밴 냉기가 사르르 녹는다. 닭꼬치는 양념을 입혀 직화로 구운 뒤 살코기만 빼내서 접시에 담고 파채와 통후추를 곁들여 낸다. 이를테면 양념파닭. 포장마차 감성의 우동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곁들임이다. 이 가격을 받고 직접 담군 단무지와 공짜 밥을 내주신다. 강남에서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데, 아니나다를까 ‘오늘은 손님이 없네…’ 나지막한 사장님의 독백이 들려온다. 힘차게 작별 인사를 해주시는 사장님께 말씀 드린다. “사장님, 제가 홍보 한 번 빡세게 해드릴게요.” 껄껄 웃으며 말씀만이라도 고맙다는 사장님. 사장님, 저 약속 지켰습니다. instagram: colin_beak
걍우동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57길 7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