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구 부르는 재패니즈 프렌치. — 미슐랭 스타 ‘고료리켄’과 일본 소재의 다이닝을 거친 뒤 홀로서기를 시작한 한재영 셰프님의 작은 다이닝바 <아로보>. 배정남(내 의견)과 이진욱(아내 의견)을 떠올리게 하는 번듯한 얼굴의 셰프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것이 하나의 킬링 포인트. 결혼하셨냐는 질문에 셰프님이 아니라고 하자 아내는 합격을 외쳤다. (응..?) 스타터는 고등어. 바싹 구운 치아바타에 다시마 감자퓌레를 바르고 그 위에 초절임한 고등어, 샬럿 피클, 차이브 페스토, 핑크페퍼, 딜을 예쁘게 쌓아 올렸다. 자기 주장이 강한 재료들이 많이 들어갔지만 쓸데 없는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맛을 확 당기는 메뉴. 시그니쳐 메뉴인 크로아상 키쉬. 크로아상 속을 저민 햄과 양젖치즈, 버터로 채운 뒤 그 위에 다진 초리조와 썬드라이드 토마토를 듬뿍 올렸다. 포토제닉한 모습과 더불어 바삭함과 부드러움, 녹진함과 날카로움이 대비를 이루는 근사한 메뉴다. 인기 좀 끌겠는 걸. 셰프님이 굉장히 진중하고 겸손하신데 그에 비해 음식은 꽤나 대담하다. 음식의 간이나 향 모두 식사보다는 안주에 초점을 맞춰 세게 잡은 느낌인데, 음식으로 달아오른 코와 혀를 와인으로 칠링하다 보면 어느새 과음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bar의 음식은 이래야 한다고 본다. 가로수길에서 둘셋이 기분 내면서 마시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아내는 여자들끼리 오기에 특히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왜..?) 개인적으로 한재영 셰프님처럼 진중한 셰프님들을 좋아해서, 이 젊은 셰프님이 앞으로 펼쳐 나갈 음식 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하고, 또 응원하고 싶다. www.instagram.com/colin_beak
아로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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