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음식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곳. — 적지 않은 와인바를 가봤지만 이곳은 느낌이 좀 달랐다. 보통의 와인바가 비일상적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곳은 우리의 일상에 와인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힘쓴다. 어둡지도, 어렵지도 않다. 이영지 대표님은 와인 전문 에디터와 기자로 일한 뒤 본인의 브랜드 <위키드와이프>를 냈다. 내가 느끼기엔, 가족 외의 무언가에 몰두하면 “악처” 취급을 받던 과거 한국사회의 풍토에 대한 해학이 담긴 이름 같았다. 직접 만나 본 그녀는 그만큼 와인에 몰두해있는 사람이었다. 평소의 허허실실한 모습과 달리 와인 얘기를 할 때는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성수동에 있는 <위키드와이프>는 와인바라기 보단 “페어링바”에 가깝다. 떡볶이, 치킨 같은 일상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정한 뒤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을 경험하게 한다. 체험단에게 투표를 붙여 선정된 1등 와인을 와인구독자들에게 보내는 흥미로운 프로세스도 운영한다. 내가 경험한 페어링은 루아르 슈냉블랑을 곁들인 치킨치즈솥밥. 초당옥수수와 완두콩을 넣어 지은 달큰한 솥밥에 그뤼에르치즈를 듬뿍 갈아넣고 토치질로 마무리한다. 처음엔 그대로 먹다 마지막에 파슬리버터를 넣고 비빈 뒤 밥을 입에 머금고 와인으로 적셔 먹도록 하는데, 버터리한 와인이 솥밥의 고소함을 밀어올리는 상승감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와인은 철수와 영희 같은 친숙한 새 이름을 얻는다. 그리고 가까이 있지만, 어쩌면 그래서 권태로워진 음식들을 새롭게 만나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소중한 매개체가 된다. www.instagram.com/colin_beak
까페 스토크 & 위키드와이프 와인페어링 바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