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찾은 일식 오아시스. - 식도락의 입장에서 과격하게 말하자면, 강남역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취향들이 사라지고 뻔한 유행만 남았죠. 자연스레 저도 한동안 발길을 끊다시피 했는데요, 최근 이 동네의 평범한 사무실 빌딩 2층 복도 끝에서 정갈한 노렌을 하나 마주했습니다. 굳이 찾아가야 하는 위치가 오히려 소란에서 나를 격리해 주는 비밀 통로처럼 느껴집니다. 문을 열면 다른 동네로 순간이동한 듯, 차분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요. 미술을 전공한 대표님과 스시야 셰프님이 함께 만든 곳답게 공간과 기물 하나하나에 세심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스시나오키‘ 셰프님의 밑그림 위에 ’갓포아키‘ 출신 헤드셰프님이 덧칠하는 요리들. 1인 6.5만 원 맡김차림의 구성도 참 좋습니다. 가다랑어 육수 젤리를 곁들인 감자사라다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고, 딸기와 죽순을 조합한 샐러드는 기분 좋은 계절감을 전합니다. 부드럽게 찐 전복을 튀긴 뒤 게우 소스, 샤리와 함께 내는 전복가라아게는 스시야의 감성과 갓포의 스킬이 녹아든 이 집의 정체성을 잘 보여줍니다. 테스트 중인 스시 메뉴도 한 번 맛보라 내주셨는데, 나오키의 DNA가 이식된 만큼 웬만한 스시사카바보다 깊이가 있더라고요. 심야 스시에 가볍게 한잔 걸치러 다시 와야겠습니다. - www.instagram.com/colin_beak
카이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12 솔라티움시티 강남 2층 2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