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계곡을 따라 산장 같은 느낌의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 음식 거리의 초입에 위치해있다. 오리구이와 장어구이를 파는데, 주변에서 이 집 장어는 정말 특별하다고 얘기를 해서 먼길을 달려 방문했다. 장어는 정육식당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1층에는 민물장어가 드글드글한 어항 옆에서 손질된 장어를 포장해서 파는 곳이 있고, 이 곳에서 장어를 구입해 2층으로 올라가면 3천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 자리에 앉아 구워먹을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오리 구이도 주문이 가능하다.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숯이 세팅 되고, 이모님의 간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도톰한 장어를 굽는다. 장어를 직접 구워본 일이 없다보니 태우지 않고 맛있게 굽는 것이 쉽지 않은데, 특히 껍질 부분은 아주 쉽게 타버리니 30초 정도 지나서 껍질이 바삭해졌다 싶으면 바로 뒤집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장어를 한 입 먹어보니, 왜 특별하다고 하는 지 이해가 된다. 흔히 먹던 포송한 식감이 아닌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있는 장어. 왜 그럴까 궁금해서 물어도 보고 생각해봤는데, 우선 질 좋은 장어를 사용하고 손질 후 하루 정도의 숙성 과정을 거치는 점, 화력 좋은 숯에서 초벌 없이 바로 구워내는 부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낯설지만 재밌는 식감과 더불어 비릿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맛으로 양념 없이 소금만 살짝 찍어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직접 구워먹어야 한다는 점. 엄청난 규모의 식당이고, 초벌을 하지 않아 굽는 시간이 긴 부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맛있는 식재료를 나의 어설픈 굽기 스킬로 망가뜨리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더군다나 숯의 화력이 세다보니, 실내가 시원함에도 불구하고 장어을 굽다보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인근의 다른 식당과 달리 계곡을 품고 있지 않아, 우이동까지 갔는데 계곡에 발 한번 담궈야지 싶으면 다른 식당으로 2차를 가야한다. 이건 이 식당의 문제라기 보단 이 거리의 문제이기도 한데, 각 식당들이 계곡을 쪼개서 소유하고는 자기네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도록 해놓았다. 몇 군데 들러 물어봤더니, 음료도 안되고 꼭 식사를 해야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식감의 장어를 먹으러 방문할 가치가 있는 식당. 오리 로스 구이도 맛있다고 들어 다음 번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장어, 오리를 푸짐하게 놓고 즐기고 싶다. instagram: colin_beak
왕의 장어
서울 강북구 삼양로181길 141-5 우이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