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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4년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닌데, 끌려” #담백한 게 좋아 사람도 그렇지만 식당도 담백한 게 좋다. 겉모습에만 신경쓰고 알맹이는 없는 곳들이 많기에, 좋은 것들을 가졌음에도 보여주는데 서투른 식당을 만나면 주위에 알리고 싶어 몸이 달는다. 신사동에 있는 일식 다이닝 ‘코이에’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좋아하는 식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입구부터 풍기는 우아한 분위기, 흑백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직원분들은 고급스럽게 말하고 움직인다. 음식도 참, 화려함에 눈이 부를 지경. 음식이 나오고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不담에 속이 간질간질하다. 일행은 다들 좋아하는데, 아재는 홀로 생경하다. #어여쁜 요리의 향연 이 곳의 요리들은 공통점이 있다: 좋은(비싼) 재료를 쓰고, 세심하게 조리하고, 예쁘게 담아내고, 양이 적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재료들을 썼다고 하지만 이를 조립하는 능력이 상당하다. 수저 위에 카니미소를 깔고 그 위에 구운 가리비, 우니, 이쿠라를 올리고 레몬 거품으로 마무리한 요리는 한입에 들어오는 바다향과 감귤향이 여운을 남긴다. 한우를 시소에 감싸 튀기고, 농어에 미소와 유자 소스를 발라 굽는 요리는 조리법만 들어도 맛있다. 메뉴 하나하나 시그니쳐라 할만큼 음식이 독창적인데, 일반적인 그것보다 부드러운 식감으로 내는 차완무시나 취두부 같은 식감을 내는 두부 멘보샤 등도 흥미로웠다. 가장 맛있게 먹은 건 카이센 나베. 스텔라마리스, 타이거새우, 관자 등 치트키 같은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밑간해서 맑은 국물로 끓여내는데 이건 반칙이지 하면서 바닥까지 싹싹 긁었다. 이 메뉴에서 솔직히 좀 반했다. #내 스타일은 아닌데 끌려 재료를 보면 어느정도 납득은 가지만, 가격에 비해 양이 아쉽다. 그리고 이 곳에는 처음처럼과 참이슬이 없다. 몇몇 갓포와 일식 다이닝이 취하는 노선과 같이.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바이브도 그렇고, 가격이나 주류 정책이나 내 취향과 기준에 잘 맞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근데 이 집만의 매력이 있는 것도 부인 못하겠다. 내 스타일은 아닌데 먼저 사귀자고 하면 안 사귄다고는 말 못할 것 같은 느낌. instagram: colin_beak

코이에

서울 강남구 논현로153길 43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