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 1등 태국음식점” <‘반피셋’의 싸이끄럭이싼, 카오카무> — 혈연, 지연도 없고 돈 한 푼 받은 것도 없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식당이 있다. 내게는 이 식당이 그렇다. 어쩌면 갓난아기였던 딸을 데리고 처음 외식을 했던 식당이어서 그럴지도. 맛집과 거리가 먼 동네. 뜬금없이 생긴 태국음식점이 신기해서 들렀다가 타협 없는 현지식 음식에 깜짝 놀랐던 것이 이 식당과의 첫 만남. 맛집 불모지에서 나의 유일한 단골집이었던 이 식당은 나와 내 가족을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오너셰프님의 건강 문제로 영업 시간이 점점 들쭉날쭉해지더니 결국 문을 닫고.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나 아쉬운 마음도 흐릿해질 무렵 동네에서 다시 만난 이 식당. 그 때 그 반가운 마음이란. 이런 저런 감정을 배제하더라도, 이 식당의 음식은 정말로 훌륭하다. 서울에 이름난 태국음식점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내가 빚 보증은 못 서주지만 이 집 맛은 보증한다. 싸이끄럭이싼. 돼지고기와 마늘, 삭힌 쌀을 넣어 만드는 이싼 지역의 소시지다. 태국에서 수입한 것을 간단히 조리해서 내는 곳이 대부분. 국내에 직접 만드는 곳은 여기 밖에 못봤다. 카오카무. 태국식 족발 덮밥. 이태원 ‘카오카무’가 문을 닫고 이제 어디가서 먹나 했는데. 압구정 ‘까폼’의 카오카무만큼이나 맛있고, 좀 더 호쾌한 매력이 있다. 간장에 달달하게 졸여진 족발과 시큼한 소스의 궁합이란. 얌운센. 아내’s 페이보릿. 매콤새콤달콤감칠콤 소스에 버미첼리와 채소를 버무린 샐러드다. 채소 썰어낸 모양새만 봐도 내공이 보인다. 초창기에는 매운맛이 너무 세다 싶었는데, 이젠 맛의 영점이 잡힌 것 같다. 똠얌꾸어이띠여우. 마이 페이보릿. 똠얌 국물에 말아낸 쌀국수다. 튀김 요리 곁들여 먹으면 완벽. 유동인구도 적은 곳에서 손님이 얼마나 된다고. 혼자 운영하는 업장에서 이런 메뉴 스펙트럼이라니. 거기에 이런 완성도? 이건 음식에 대해 웬만큼 확고한 철학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얼마 전에는 디스크가 터져 9개월을 쉬셨다고. ‘예전에 가게를 쉴 때는 늘 어깨 통증이 이유였는데, 몸이 성한 데가 없으시구나. 또 식당 문 닫으시는 건 아닐까.’ 홀을 보는 아내분 얘기를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게 솔직히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응원하고 싶어서, 마음을 꾹꾹 담아 써본다. www.instagram.com/colin_beak
반피셋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1500 백천이스트하임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