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해산물을 안좋아하는 남친이 이 곳의 숙성회를 먹어보고는 ‘불호가 사라지는 경험이다, 감격스럽다’며 격한 감동을 표현했다ㅋㅋㅋ 너무 뿌듯 ㅠㅅㅠ 원래 회를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도 맛있다고 해서 기분 좋았다. 나도 원래 쫄깃쫄깃한 씹는 맛이 있는 회를 훨씬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계기로 일본식 숙성회의 매력을 알 수 있었다. 회잘알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 일부러 와서 먹어볼만한 맛의 숙성회 전문점인 것 같다. 안주류 전체적으로 맛과 퀄리티가 좋으면서 플레이팅도 훌륭하고 가성비까지 좋다. 사시미 모리아와세 중자(2.8만)를 주문. 제철 모둠 사시미 9구성 3피스씩 나온다고 써있는데 실제로 나오는 건 8가지x3피스+전복 1개+간장새우 2개 구성이다. 전체적으로 매우매우 부드러우면서 살이 녹진녹진하다. 비린 향도 전혀 없다. 단새우: 크기가 엄청 작은 게 흠이지만 정말 야들야들하고 살이 달달하다. 간장새우: 일반적으로 간장새우가 간이 엄청 달고 강한데 이곳의 간장새우는 본연의 맛이 잘 느껴진다. 단 맛이 소스에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살 자체에서 나는 거라 놀랐다. 크기도 커서 녹진한 살이 입안 한가득 채워져서 너무 행복했다. 삼치: 등푸른 생선인데도 비릿한 향이 거의 없다. 도미: 한 조각에서 미처 제거되지 않은 비늘이 나왔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껍질 부분이 살짝 아부리되어 나와서 식감이 재밌었다. 참치: 유일하게 살짝 얼어 있는 서걱서걱한 식감이라 취향이 아니었다. 관자살: 아부리되어 불향이 느껴져서 맛의 다양성을 추가해주는 것 같았다. 이외에 연어, 문어, 데친 전복, 그리고 뭔지 모르겠는 흰살 생선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한 번 더 시켰는데 두번 째 나왔을 땐 흰살 생선 한 종이 없어지고 연어 배꼽살로 추정되는 컷으로 대체되어 나왔다. 완전 녹는 맛…! 특이하게 보리된장이 같이 나왔는데 약간 소스 겸 토핑 개념으로 나오는 것인가? 달짝지근하면서 고소하게 씹힌다. 처음 먹어봤는데 스시에 얹어 먹으니 조합이 괜찮았다. 유일한 단점: 와사비가 진짜 너어무 심하게 맵다. 아무튼 숙성회에 감명을 받고 메뉴를 다시 살펴보니 재밌는 메뉴들이 많았다. 그 중에 눈에 띈 게 슈토 크림치즈. 꿀을 곁들인 크림치즈에 참치내장 젓갈을 얹어 먹는 요리라는데 너무 창의적인 거 아닙니까;; (찾아보니까 슈토라는 이자카야에서 파는 시그니처 안주를 그대로 빌려온 것 같다.) 9천원 밖에 안 하는데 완전 혜자다. 크림치즈가 두부 김치의 두부처럼 잔뜩 썰려 나온다. 꿀은 거의 투명한 색이고 꿀 특유의 향이 많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일종의 시럽?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젓갈은 많이 짜고 비리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신기한 조합이라 시도해볼만 했고 만약 젓갈을 얹는 게 불호라면 크림치즈에 꿀만 찍어 먹어도 맛있으니 충분히 훌륭한 안주다. 젓갈이 취향에 따라 원하는 만큼 얹어 먹을 수 있게 종지에 담겨 나오는 센스가 좋다. 아직 10시가 안 된 시간이었는데 하우스 사케와 밥이 떨어져 시키지 못한 메뉴들이 많아 아쉬웠다. 인기가 많은 곳이니 좀 더 넉넉하게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모둠 사시미 대자와 카니 미소 챠항(게 내장을 넣은 일본식 볶음밥)을 먹고 싶다. 호르몬 철판야끼도… 타마고 멘치카츠도… 사천풍 칠리새우도… 흑임자 혼마구로 육회도… 아 먹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네
키노야
서울 노원구 공릉로 15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