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가치는 시대를 지나 재료가 희긔해지거나 실전되어 가치가 올라가는 것(생태탕, 한우갈비, 고급 한과 등)도 있지만, 재료가 구하기 쉽게 되고 할줄 아는 사람이 늘며 상대적으로 가치가 내려가는 것도 있습니다. 초밥이나 파스타 햄버거와 함께 피자는 그렇게 외식과 고급 식사의 왕좌를 내려놓은 음식 같습니다. 저보다 조금 연배가 있으신 분께는 어린시절 피자는 돈가스 다음 나온 경양식이었을 거고, 압구정동과 명동의 몇몇 식당이 하는 음식이었을 겁니다. 제 어린시절 피자 프랜차이즈가 퍼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피자는 아무 날이나 먹을 수 없는 특별한 날 음식의 상징이었고. 대도시에서만 먹을수 있는 맛있는 음식의 상징이었습니다. 있는집 자녀는 반장이 되면 피자를 돌렸고, 생일날 샐러드바가 있는 피자집을 가는 것도 2000년대 초까지는 넉넉한 집의 풍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만 부모님과 피자를 먹는 집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때 먹은 빨간모자, 피자헛, 미스터피자의 피자들은 제게도 추억의 맛입니다. 프렌차이즈 피자는 아니라도 상대적 저가 피자라 해도 친구들 선후배들과 도란도란 모여앉아 먹은 그 추억도 아직 마음속에 가장 따뜻한 추억 중 하나입니다. 10년이 두서번 지나 지금 어떤 피자를 먹건 그때 그 느낌을 느끼기는 어려워 졌습니다. 동네 피자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브랜드의 피자를 먹건 도미노나 파파존스의 가장 비싼 피자를 먹건, 그때의 그 맛이나 감동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때보다 피자 가게들이 싸구려 재료를 쓸 일은 없을거고, 피자 가게의 요리사들의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겁니다. 피자보다 값지고 귀한 음식이 흔해졌기 때문이거나, 오히려 피자들이 더 고급을 추구하기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피자를 먹는 사람이 변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때 그 피자를 먹는 느낌을 내려면, 그 추억을 느껴보려면 어쩌면 더 많은 노력과 발품이 있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최고로 맛있고 고급인 피자를 먹어야 했을수도 있습니다. 피자힐의 피자를 베어 물었을 때 저는 서울에 처음 올라온 아이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피자를 베어 물었던 그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이탈리안도 뉴욕도 시카도도 아닌 그때 그 시절의 피자였습니다. 라따뚜이의 하이라이트가 떠오릅니다. 다들 여기 피자를 맛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탈리안 식당 뉴욕식 피자가 범람하는 2020년대 한국에 여기보다 더 화려하고 고급토핑을 올린 피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피자를 드셔보시는 분들은 처음 피자를 입에 담은 그 감동을 느끼시리라 봅니다. 그런 추억을 되살리는 음식은 흔치 않습니다. 한국식 초기 피자의 가장 완벽입니다.
피자 힐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77 그랜드워커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