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미술관 간 길에 파스타가 땡겨서 방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라리 카페 그라노에서 먹을걸!" 소르티노 셰프 밑에서 일했던 분이라고 해서 기대했지만 영 시원찮은 퀄리티에 실망을 느낌. 메뉴를 잘못 택한 건지... 섬세함이 부족하다. "스캄피"와 "타르투포 라자냐"를 주문. 둘 다 상당히 실망. 우선 스캄피. 딸리아뗄레 생면의 식감은 아주 좋다. 저작감은 부드러우면서도 혀에서는 표면의 탄력이 느껴져 식감의 반전을 만들어내는 좋은 생면이다. 하지만 토마토 소스가 이 면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토마토의 감칠맛, 신맛, 향, 어느 하나 제대로 면에 붙지 못했고, 염도조차 부족하다. 아무리 파스타가 맛있어도 소스가 향미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맛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분기가 약한 생면의 특성 상 토마토 소스가 잘 붙지 않는다. 그래서 점성이 있고 향이 잘 붙는 치즈 소스를 많이 쓰는건데...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거면 왜 굳이 토마토 소스로 조합한 걸까? 내 생각엔 소스에 발사믹 식초를 섞어서 맛을 보강하거나, 혹은 소스에 오일이나 치즈 등으로 지방 성분을 보강해서 소스가 면에 더 달라붙을 수 있도록 레시피를 바꾸는 게 좋을 듯하다. 타르투포 라자냐. 블랙 트러플을 활용한 라자냐다. 메뉴에 적힌 설명만 봤을 때는 "이건 실패할 일이 없겠군!"하면서 주문했는데.... 아니 이건 정말이지 지뢰를 밟았다. 라자냐는 보통 베샤멜과 토마토 베이스 소스를 같이 쓴다. 라자냐는 다른 파스타와 달리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나 기름기가 보강될 일이 없으니까, 토마토 소스가 수분을 충당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곳 라자냐는 토마토 소스 없이 베샤멜과 치즈, 크림만으로 쌓아낸다. 벌써부터 목이 마르다. 이런 상태인데 오븐에 구워내면서 겉면 모두를 바삭하게 익혀낸다. 보통은 그릇 채로 오븐에 넣어 윗면만 열에 노출시키는데, 이곳은 윗면뿐만 아니라 옆면까지도 딱딱하게 익혔다. 아마도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베샤멜 소스의 식감 반전을 의도한 것 같은데, 이게 참 크게 실패하고 말았다. 겉은 바싹 말라있고 속은 끈적하다. 요리가 너무 건조해서 먹기 힘들다. 첫 입은 맛있었는데... 세상에 이 아까운 트러플 라자냐를 남기고 말았다. 토마토 소스를 함께 쌓았거나, 혹은 겉면 전체를 바삭하게 익히는 조리법을 피했어야 한다. 참사. 흑흑. 겨우 파스타 두 개만 먹어보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섬세함이 너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리의 완성도는 높으나 레시피에 결점이 있는 듯하다. 차라리 국현관에 있는 카페 그라노를 갔더라면 절반쯤 되는 가격으로 더 만족스러운 파스타를 즐겼을텐데. 다음에 재방문할 기회가 있더라도 파스타는 주문하지 않는걸로....
갈리나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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