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먹어본 인도식 커리 중에서 가장 맛이 없었다. 아마추어가 인터넷으로 찾은 레시피 따라서 요리를 만들다가 실패한 것 같은 맛이다. 메뉴는 비프 빈달루와 프라운 마크니를 먹었는데.... 이건 메뉴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셰프로서의 자격이 의심되는 맛이다. 음식 하나하나가 총체적 난국이다. 커리는 내가 만들어본 적이 없는 요리라서 왜 이렇게 맛이 없는지 분석하진 못하겠지만, 맛이 심각하게 밍밍하다. 커리를 휘저어보면 들어간 재료가 너무 부실하고 커리가 흘러내릴 정도로 상당히 묽은데, 재료가 부실해서 육수가 우러나지 않아 맛이 부족해진 것 같다. 묽어서 흘러내리기 때문에 난과 함께 먹기도 힘들다. 게다가 마살라는 넣은건지 안 넣은건지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다. 마살라 재료값이 아까웠나보다. 소고기는 질이 매우 안좋아 육향이 다 빠져있고 새우도 신선하지 않은게 냉동 새우인 듯하다. 인도에서 살다 온 친구랑 함께 먹었는데, 친구는 인도 서민 가정에서 해먹는 커리보다도 훨씬 맛없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비프 빈달루는 감칠맛도 향도 없는 데 반해 단맛과 매운맛이 강해서 맛의 균형이 엉망이다. 난은 또띠아처럼 잘 찢어지고 고소한 맛이 나는 보통 레스토랑들의 난과 다르게 빵처럼 쫀득하고 질긴 식감이었다. 식감은 나쁘지 않으나 겉을 태우는 바람에 쓴 맛이 강하게 난다. 라이스가 정말 충격적으로 맛이 없었다. 한국쌀에 비해 고소한 맛과 쌀 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남아시아쪽 쌀을 썼으면서, 아무런 조리를 가하지 않고 그냥 밥솥에 물넣고 찐 것 같다. 인디언 라이스의 단점과 한국식 쌀밥의 단점을 합쳐놓은 라이스다. 메뉴판만 보면 인디언 커리치고는 가격이 싼 편인데 음식의 질을 고려하면 정말 돈주고 먹기 아깝다. 재료비를 아껴서 순익을 올리려는 속셈인 듯한데, 소비자를 너무 얕본 것 같다. 요리사들의 태도나 위생관리도 썩 좋지 않아보인다. 식사를 마친 후 나오면서, 요리사 한 명이 결제 영수증을 난 굽는 화로에다 버리는 모습을 봤다. 화로에 영수증 종이를 태우면 그 잉크랑 용지의 화학물질이 다 난으로 흡수되겠지...
인디안 커리 넘버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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