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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
추천해요
1년

해가 게을러졌다. 밤새 내린 어둠을 가르던 밝음이 무뎌졌다. 성난 햇살이 아직 사납지만 볕을 피해 서면 한결 나아졌다. 웃음기 없던 여름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종일 흘린 땀을 씻어내자 허기가 졌다. 배불리 먹으려고 동네 밥집에 앉았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우렁초무침과 막걸리를 두고 숨을 골랐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느린 속도로 젓가락질을 했다. 푸른 잎들을 야금야금 씹고 입안이 고소해졌다. 막걸리로 한 모금 적시고 나물반찬을 자근자근 입에 담았다. 막걸리는 남았고 음식은 남지 않았다. 밥 한 그릇 비벼먹지 않기를 참 잘한 것 같다.

담벼락

서울 성북구 창경궁로35길 95 혜문한의원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