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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

오래된 식당, 작은 공간이 좋아요.
종로, 을지로, 성북동

리뷰 172개

겨울이 너른 걸음을 내디뎠다. 흐린 하늘이 천천히 흘렀다. 바람엔 물기가 스며 묵직했다. 은빛 반짝이는 접시가 냄비를 덮었다. 그 위로 차곡차곡 앉은 닭껍질이 너부죽했다. 국물이 맑아서 밥을 섞고 싶지 않았다. 조금 찢은 김치를 흰 밥에 얹어 삼켰다. 얼었던 입에 짠맛이 돌았다. 닭껍질을 포개고 접어 양념을 묻혔다. 기름진 맛, 따뜻한 맛이 꼬들꼬들 엉겼다. 볼그스름한 살코기를 결 따라 찢었다. 생양파에 고추장을 찍어 퍽퍽... 더보기

동화 기사식당

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47길 62

서동
5.0
5개월

나무 간판과 붉은 탁자, 젖은 잉크 냄새가 나는 신문지. 그렇게 갑자기 젖어드는 오랜 기억들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메뉴에 쓰인 ‘십낀소밥’은 아마도 십경소반(什景炒飯)을 말하는 듯했다. 대략 ‘갖가지볶음밥’ 정도의 뜻일 것이다. 볶음밥 속의 오징어, 버섯, 새우 따위가 따뜻하고 다채롭고 보드라웠다. 우악스런 단맛은 보이지 않았다. 기름맛에 헝클어지지도 않았다. 무 생채는 물기만 짜내서 고춧가루에 무친 듯했다. 잠시 매운 ... 더보기

홍성각

인천 미추홀구 한나루로 494

서동
5.0
5개월

비가 오려나, 하늘이 흐렸다. 오래된 탁자에 놓인 보리밥이 설익어 꼬독꼬독했다. 숟가락 뒤에 빨간 고추장을 발라 슬슬 비볐다. 보리밥 알갱이가 입 안을 매콤하게 홀홀 굴러다녔다. 너붓한 국수가 따뜻하고 미끈매끈했다. 계란 지단이 포슬포슬 나부죽했다. 얇고 넓은 하얀 가락 노란 가락을 휘감았다. 통통하게 익은 굴을 시큼한 김치 자락으로 감쌌다. 국수 들이켜는 소리만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손칼국수

인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서동
5.0
5개월

선장인 아버지가 아침에 잡은 생선으로 아들이 회를 뜬다 했다. 그래서 횟감은 고를 수 없었다. 광어가 잡혔다니 광어를 먹을 뿐이다. 얼음주머니 위에 오른 큼직한 회는 쫄깃함을 넘어 꼬장꼬장했다. 회를 반으로 힘있게 접어 쌈장을 발라 먹었다. 묵직하고 길게 늘어뜨려 게장에 찍어 삼켰다. 생더덕이 담긴 통에 소주를 마저 부었다. 손바닥 위로 깻잎을 뒤집어 펼쳤다.

장봉배터집

인천 미추홀구 독정이로 2

서동
5.0
5개월

밥 덩어리가 저절로 허물어졌다. 아무 것도 더하지 않고 한 숟가락을 삼켰다. 겉치장 하나 없는 밥알들이 굴러다녔다. 맑은 기름내만 입 안에 따뜻하게 남았다.

신일반점

인천 중구 서해대로464번길 1-2

서동
5.0
5개월

해바른 봄날, 한갓진 길목에 있는 오래된 가게였다. 문앞에 어색하게 앉았다가 동네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수런거리는 이야기들 사이로 주방에서 기름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아담한 만두가 좁다란 것이 몹시도 뜨거웠다. 기름이 자글거리지 않는데도 단단하고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여러 번 이로 잘라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속 빈 곳 없이 똘똘 뭉쳐 담백하고 든든했다. 달지 않은 짜장에서 옅은 짠맛이 배어났다. 보들보들한 ... 더보기

천진반점

인천 미추홀구 토금북로 70

서동
5.0
5개월

가지런한 배추김치와 흥건한 깍두기가 먼저 나왔다. 그 맛을 기억한 입 속에서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을 참지 못하고 흰 밥 한 술에 김치를 얹어 삼켰다. 새큼한 김치 첫맛이 이지러지고 매운 맛만 곱게 남았다. 벌건 국물에 잠긴 하얀 두부 위로 빨간 고춧가루가 그득했다. 파릇한 쪽파 사이로 다진 마늘 냄새가 진했다. 그릇 바닥까지 온통 희고 여린 두부로 가득했다. 국물이 끓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두부를 덥석 덜어 담았다. 부드럽고 ... 더보기

장모님댁

경기 가평군 설악면 자잠로 8

서동
5.0
9개월

깻잎을 뒤집어 펼쳤다. 쫀득한 밀치 살을 얹어, 손으로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깻잎 향이 입 안을 휘감아 돌다가, 씹을수록 사라졌다. 그 뒤켠에서 밀치 단맛이 올라왔다. 밥 씹은 단맛처럼 길게 군침이 돌았다. 툭 불거지지 않고 은은하게 드러내며 느리게 배어났다. 와인 단맛으로는 누를 수 없었다. 단맛에도 질감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밀치는 무른 바람결 봄 내음처럼 달았다. 이렇게 겨울이 시들고 이울어 가는 모양이다... 더보기

길 수산

강원 양양군 현남면 새나루길 39

서동
5.0
10개월

눈이 내리고 소복소복 나부껴 하얗게 쌓여갔다. 얼어붙은 아침 골목을 자근자근 디뎌 걸었다. 새까만 뚝배기에 해장국밥이 그득했다. 끓지 않아 따스한 국물이 기름졌다. 우거지를 뒤적여 밥에 감아 얹었다. 배추 단맛이 부드럽게 흩어졌다. 삼삼한 고깃국물에 김치 짠맛이 어울렸다. 국밥을 먹었는지, 그릇을 물고 들이켰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해장국집

인천 동구 동산로87번길 6

해가 들지 않는 가장 어둑한 자리를 찾았다. 경쾌한 스피커에서 제일 먼 곳에 앉았다. 오늘만은 희고 밝고 해사한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종일 고생한 안경을 벗어 놓아주었다. 치즈케잌을 입 안 그득 채우고 말랑말랑 녹여 먹었다. 눈을 비비며 우물거리다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금하고 쌉사름한 향이 엷게 내려앉았다. 지친 하루의 쓴맛이 깊이 가라앉았다.

엘빈 커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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