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

오래된 식당, 작은 공간이 좋아요.
종로, 을지로, 성북동

리뷰 165개

서동
5.0
1개월

깻잎을 뒤집어 펼쳤다. 쫀득한 밀치 살을 얹어, 손으로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깻잎 향이 입 안을 휘감아 돌다가, 씹을수록 사라졌다. 그 뒤켠에서 밀치 단맛이 올라왔다. 밥 씹은 단맛처럼 길게 군침이 돌았다. 툭 불거지지 않고 은은하게 드러내며 느리게 배어났다. 와인 단맛으로는 누를 수 없었다. 단맛에도 질감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밀치는 무른 바람결 봄 내음처럼 달았다. 이렇게 겨울이 시들고 이울어 가는 모양이다... 더보기

길수산

강원 양양군 현남면 새나루길 39

서동
5.0
2개월

눈이 내리고 소복소복 나부껴 하얗게 쌓여갔다. 얼어붙은 아침 골목을 자근자근 디뎌 걸었다. 새까만 뚝배기에 해장국밥이 그득했다. 끓지 않아 따스한 국물이 기름졌다. 우거지를 뒤적여 밥에 감아 얹었다. 배추 단맛이 부드럽게 흩어졌다. 삼삼한 고깃국물에 김치 짠맛이 어울렸다. 국밥을 먹었는지, 그릇을 물고 들이켰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해장국집

인천 동구 동산로87번길 6

서동
5.0
5개월

해가 들지 않는 가장 어둑한 자리를 찾았다. 경쾌한 스피커에서 제일 먼 곳에 앉았다. 오늘만은 희고 밝고 해사한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종일 고생한 안경을 벗어 놓아주었다. 치즈케잌을 입 안 그득 채우고 말랑말랑 녹여 먹었다. 눈을 비비며 우물거리다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금하고 쌉사름한 향이 엷게 내려앉았다. 지친 하루의 쓴맛이 깊이 가라앉았다.

엘빈 커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71-1

서동
5.0
7개월

뙤약볕이 뜨겁고 따갑고 아팠다. 하늘이 진공처럼 투명해서 햇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막국수가 꾸밈없이 간결했다. 가늘고 시원한 메밀면은 물기가 적었다. 깻가루 조금과 꾸덕한 양념과 김 부스러기를 비벼 뻑뻑하게 몇 젓가락 넘겼다. 단맛이 적고 조신하게 고소하고 짭쪼름했다. 노릇노릇한 감자전을 쫄깃하게 찢어 찐득찐득 감아 넘겼다. 애호박과 당근이 드문드문 달큰했다. 찬바람이 오면, 해질녘을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 더보기

굴다리 막국수

강원 홍천군 홍천읍 연봉로11길 24-36

서동
0.0
8개월

새벽강에 내린 햇살에 안개가 너울춤을 추더니, 어느새 비가 산을 넘고 하늘을 갈랐다. 너른 고을 홍천은 다리만 건너도 날씨가 달랐다. 칼국수집 앞으로 작달비가 쏟아졌다. 성난 빗소리를 피해 들어선 이들로 복닥거렸다. 계란이 잔뜩 풀린, 뜨거운 국물이 걸쭉했다. 흐늘흐늘한 국수를 젓가락에 걸쳤다. 후룩후룩 들이켜 우물우물 삼켰다. 감자전을 찢어 김치를 휘감았다. 비가 강이 되어 바위를 휘감았다. 흙도 강에 스며 붉게 몰아쳤다... 더보기

오동나무집

강원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033

서동
0.0
10개월

무더운 5월이었다. 저녁 먹으러 들어가 앉자마자 맥주부터 들이켰다. 분주한 주방에서 열기가 파도처럼 넘어왔다. 후더분하게 들뜬 공기가 천장을 떠다녔다. 어느새 개수대 물소리가 그치고, 주방에선 씻은 젓가락들을 그러모았다. 함박스테이크를 숟가락으로 헤뜨렸다. 소스를 흥건하게 끼얹었다. 함박스테이크가 두텁고 뜨겁고 촉촉하고 폭신했다. 계란후라이 덮은 밥도 떠서 더했다. 곁들인 미역국엔 나박나박한 무가 제법 들어있었다. 더위가 금... 더보기

다바타 식당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16길 54

서동
0.0
10개월

황태국이 하야말갛게 따뜻했다. 그 빛깔이 사골국이나 쌀죽보다 노르스름한 것이, 젖빛에 가까웠다. 그 희끄무레한 국물 한 모금에 입 안이 환해졌다. 살진 황태는 숭덩숭덩 큼직했고, 여린 두부는 보드랍게 말랑했다. 두툼한 그릇을 붙들고 남김없이 먹었다. 늦은 봄 이른 아침이 활짝 깨어났다.

뚝배기황태북어국

서울 도봉구 방학로 150-1

서동
추천해요
1년

탱탱한 면발 위로 갖가지가 화려했다. 그릇을 받쳐들고 젓가락을 흔들었다. 꾸덕하게 비비고 슬근슬근 섞었다. 계란맛 후추향에 고들고들 매끈했다. 이리저리 어우러져 부드러웠다. 식초를 더하고, 밥을 얹었다.

롱메

서울 광진구 긴고랑로8길 79

서동
추천해요
1년

날이 흐리고 꿉꿉하고 꾸부정해서, 일찌감치 국숫집에 들어앉았다. 따뜻하고 맑은 육수 속으로 희고 가는 타래가 부드러웠다. 노란 유부와 녹빛 부추와 검은 김이 가락가락 올라앉았다. 젓가락을 질러 넣고 손목을 감아 돌렸다. 짭쪼름한 김치전을 바삭바삭 찢어 넘겼다. 한바탕 들이켜니 허리가 곧게 펴졌다.

국수 사랑채

서울 광진구 군자로 138

서동
추천해요
1년

찐 북어를 팔팔 끓였다. 고춧가루 칼칼한 국물에 흰 두부가 일렁거렸다. 길다란 김치를 둘둘 말아 밥 위에 얹어 삼켰다. 숟가락을 뒤집어 북어살을 으깼다. 꾸덕꾸덕 바스라져 개운하게 잠겼다. 늘어진 일요일 아침이 팽팽해졌다.

능곡 할머니 북어탕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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