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한 골목에 내린 햇살이 묽고 옅어서 아늑했다. 이른 봄날이 나른하고 느긋해서 느지막히 식당에 올랐다. 탁자를 닦던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신발을 벗었다. 이내 아주머니의 설거지 소리가 그치고 식당이 고요해졌다. 오래된 양은쟁반이 울룩불룩했다. 때늦은 손님의 그릇엔 밥과 반찬이 그득했다. 뜨거운 국물에 숟가락을 휘둘러 한 김 식혔다. 고기를 녹여낸 듯한 국물이 두텁고 끈끈했다. 갓김치 배추김치 홀홀 얹어 알근하고... 더보기
전통맛집
서울 중구 창경궁로7길 10
몽글몽글하고 하얀 순두부가 포근하고 탐스러웠다. 봄햇살을 담은 것처럼 보드랍고 따뜻했다. 간장을 넣으려다 말고 숟가락으로 얇게 저며 떠냈다. 입안에서 구수한 콩내음이 옅고 길게 퍼졌다. 솥에서 덜어낸 뜨거운 밥 위에 얹어 비볐다. 다른 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금세 눌러 내린 두부를 들기름에 부쳐 내왔다. 작은 철판 위에서 두부가 이글지글 열기를 내뿜었다. 덜 굳힌 두부라서 자꾸만 바스라졌다. 날김에 싸서, 김치에 얹어서,... 더보기
성북손두부
서울 성북구 보문로32길 33
을지로를 지나는 겨울비가 찔끔거렸다. 끼니때를 놓쳐 두리번대다가 작은 식당에 들어섰다. 정갈한 입음새의 아주머니가 조용히 음식을 준비했다. 내가 허기져 보였는지 부침개와 간장부터 내주었다. 부침개를 뒤적거릴 때마다 재첩이 호드득 쏟아졌다. 두텁지도, 기름지지도 않은 부침개 간이 절묘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맛이 입에서 펼쳐졌다. 떨어진 재첩을 부지런히 주워 먹었다. 된장국에서 아욱 냄새가 진동했다. 연한 줄기와 잎을 뜨겁게 ... 더보기
섬진강
서울 중구 동호로34길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