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_ 졸업식 다음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었던 말은 “짜장면은 먹었어요?”였었다. 짜장면을 왜 먹어야 하는거지라는 생각을 잠시하던 찰나, 잊혀졌던 과거의 한 장면이 살포시 재생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동네의 중국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던 순간이. _ 짬뽕 원정대는 있지만 짜장 덕후는 없다. 혹자는 사자표 춘장이 점령해서 그렇다고 하거나, 변주가 다양하게 가능한 짬뽕과 달리 짜장은 변주 다양성이 떨어지기에 그렇다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군침 흘리는 비주얼에 비해, 그 맛이 보장되지 않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곤 한다. _ 무탄의 짜장면은 그래서 귀하고 고맙다. 무조건 맛있어야 하는 가격에 뚱보샤를 통해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서사라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요소가 결합되어 있음에도 이곳의 짜장에는 끄덕이게 된다. 맛은 특별하지 않다. 아주 맛있는 짜장면 맛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뻔한 맛이기에 우리의 상상 속, 가족과 기념일을 축하하며 따뜻함과 감사함을 나누며 맛있게 먹던 그 시절의 맛을 떠오르게 해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_ 중식은 맛있지만 양이 많고 비싸다. 그렇기에 함께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먹기 좋다. 아마도 이런 음식의 특성이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와 겹쳐져 졸업식에는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것으로 발전했던 것은 아닐까. 최근에 먹었던 무탄의 짜장면에서 감사함이 느껴졌던 것은 개인적으로도 졸업 이후의 수많은 끝과 시작, 그 사이에서 고마웠던 존재들이 어렴풋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무나도 무더웠던 여름이 점차 옅어지고 가을이 오는 지금, 무탄의 여러 지점 중 한 곳을 방문하여 너무나도 당연하게 맛있는 짜장면을 한번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_ _ 평가 : ★★★☆(3.5) 촬영 : iPhone 15 Pro _ 별점 기준 ★★★ : 근처에 있으면 최우선으로 찾아가 먹을만한 곳. ★★★★ : 긴 시간의 대기를 감수하고라도 먹을만한 곳. ★★★★★ :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좋은 곳. _ _ _
무탄
서울 강남구 논현로176길 2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