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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에 대한 생각. 20대 중반부터 맛집을 돌아다녔으니, 20년이 훌쩍 넘었네요. 출장을 많이 다녀서, 출장을 가면 꼭 근처의 맛집을 갔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맛의 정점에 서 있는 식당들이 제공하는 경험의 즐거움이 한계에 이르더군요. 맛있긴 한데, 감흥은 없는거죠. 가장 좋은 음식은 배고플 때, 집에서 간편하게 사랑하는 가족과 먹는 음식입니다. 그 음식보다 더 맛있는 건 아마 없을 거에요. 그래서 집에서 어떻게 해 먹을 것인지를 고밍하는 것이 식도락의 첫번째 숙제이고, 결국 요리에 대한 공부부터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집에서 먹는 밥도 경험의 즐거움이 한계에 이릅니다. 이 때는 다행스럽게도 경제적으로도 예전에 비해 더 좋아졌고, 새로운 경험들을 또 찾아가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골프와 여자에 빠지던데, 저는 음악, 미술, 와인, 파인다이닝에 빠졌습니다. 모두 예술의 한 분야죠. 잦은 외식도 건강을 망치지만 와인은 더 빠르게 망칩니다. 유튜브에 나오는 비밀이야 님처럼 살면 오래 못 삽니다. 그 분이야 직업이니 그럴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부자여도 와인을 그런 식으로 마시기는 힘듭니다. 오래 못 살아요. 깊이 있게 알려하지 말고, 믿을만한 와인 소믈리에가 있는 식당에 가서 가끔씩 와인 페어링을 하거나, 추천하는 와인에 추천하는 안주로 즐기는 수준이 가장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많다고 생각합니다. 2주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와인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 해도 그럴 시간, 그럴 체력이 없습니다. 그냥 소믈리에를 믿고 따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시간에 자기 본업을 잘 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와인 페어링, 또는 "추천해 주세요."가 정답이예요. 와인은 술이고, 술은 독입니다. 파인다이닝도 파 보니 그 또한 지겨워집니다. 사실 그놈이 그놈인 시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옵니다. 스시의 경우에는 이 집 저 집 갈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서 가까운 곳 중에 스시소라가 있으면 거길 가끔씩 가시고, 아주 특별한 날에는 20만원 이상 하는 식당을 가시면 됩니다. 그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먹는 순간에는 경험의 큰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큰 차이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집에서 가족들과 편안하게 좋은 식재료에 좋은 밥을 먹고, 가끔씩 외식도 하고, 아주 가끔씩 자기 기준에 좋은 레스토랑을 가는 것이 식도락의 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찬할 시간도 없으면 네이버에서 저염식 프리미엄 반찬 검색하시면 좋은 가게들 많이 나옵니다. 1주에 3~6만원이면 4인 가족이 하루 한끼씩 먹는데에는 문제 없을 겁니다. 가끔씩 외식도 하고, 회식도 하고 아침 식사 정도만 같이 하는 경우에 말이죠. 식도락의 경험도 결국 잊혀집니다. 기억은 그 특별함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가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생활권에서 맛있는 집 리스트를 만들고 거기를 종종 다니면 되죠. 식도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자부심을 갖고 하는 일,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입니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지겨워지고, 무의미해지지만,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은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고, 버라이어티하고, 계속 나에게 의미를 던져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