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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4년

이 가게는 오늘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발견했는데 탄탄한 식감의 진짜 돼지갈비를 사용하고 고기를 찍어 먹는 양념소스 얘기에 지난 주에 들렀었던 쌍문동 옛집갈비의 생갈비가 생각나 급 궁금해 들르고 싶은데 가족인원은 뭘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다고 하고 어린가족인원도 배가 안 고프고 나가기 싫다고 해서 정릉까지 갔다 혹시나 맛이 없으면 가족들한테 욕을 먹을 텐데 차라리 잘 됐다고 하고 나 혼자 차를 끌고 집을 나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가끔씩 막혀 50여분쯤 걸려 가게 근처에 도착해 청수장이 위치한 골목으로 들어서니 친절하신 주차안내직원분이 다가오셔서 청수장에 오신 건지 물으셔서 그렇다고 하니 길을 따라 있는 주차공간을 안내해주셔서 주차 후 가게로 향하는데 길 한쪽에 우거진 나무들에 더해 부슬비가 내려선지 뭔가 청평 같은 교외로 나온 느낌이 들어 좋음. 가게는 단층이면서 단아하고 클래식한 외관이어서 이미 내 취향인 느낌이었고 가게 내부로 들어서니 한옥을 개조한 옛날 타입 한식당들에서 보는 천장을 투명한 패널로 마감한 타입이어서 더욱 더 맘에 들어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함. 들어가자마자 왼편에는 좌식테이블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있고 맞은편엔 주방과 밑반찬 셀프코너가 오른쪽으로 턴을 해서 카운터 뒷편 제일 넓은 공간엔 테이블석으로 이루어진 메인 공간이 그리고 청수장이라고 쓰인 현판을 지나면 테이블석과 좌식테이블이 같이 있는 공간이 있는데 난 맨 안쪽 여기로 안낼 받아 앉으면서 메뉴는 딱히 볼 것도 없이 돼지갈비 2인분과 공기밥을 부탁드림. 숯불 대신 예전에 민물장어집에서 많이 보던 타입의 가스버너가 있고 밑반찬들이 세팅되기 시작하는데 특별하진 않은 파절임, 샐러드, 무채, 김치, 콩나물국 같은 비교적 수수한 것들로 이루어짐. 하나씩 맛을 보니 샐러드는 달달함이 느껴져 내가 선호하는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하진 않고 우리나라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고 파절임은 살짝 과하게 담백한 느낌인가 싶지만 진한 양념이나 흥건한 걸 싫어하는 나는 샐러드의 달달한 맛과 적당히 대비가 되어 차라리 좋게 느껴짐. 콩나물국과 무채도 괜찮고 제일 좋았던 건 우리나라 느낌 뿜뿜인 김치였는데 특별한 맛까진 아니더라도 비교적 신선하게 담근 맛이어서 웬만해선 김치를 잘 먹지 않는데 여기선 깨끗이 비우게 됨. 준비된 돼지갈비는 볼륨감이 괜찮게 느껴지고 그릴 위에 올리면서 보니 뼈부분이 많은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겨우 두 대 정도뿐이고 나머진 다 갈빗살이어서 가게 밖에 붙은 착한가게란 마크에 부합하는 느낌임. 적당히 잘 구워 가위로 자른 후 두근대며 양념소스에 찍어 맛을 보는 순간 어! 이 맛은.. 하게 됨. 뭔가 추억이 돋는 클래식한 맛으로 어렸을 때 엄마가 재우시던 갈비도 생각이 나고 LA 코리아타운에 있는 갈빗집도 생각나는 맛으로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엄마가 조선간장이라고 부르던 간장베이스에 배나 사과 간 것 그리고 마늘, 생강, 파, 설탕, 후춧가루, 깨 같은 것들이 들어간 느낌의 맛이어서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어서 눈시울이 뿌옇게 될랑 말랑함. 돼지갈비는 진짜 돼지갈비여서 흔한 돼지갈비집에서 경험하는 짝퉁 돼지갈비의 무른 식감이 아니고 적당한 탄력감이 좋아 왜 이런 가게가 안 유명한 거지 고개를 갸우뚱함. 옆자리엔 결혼할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선보이는 자린 것 같은 가족이 어려운 자리지만 맛있게 돼지갈비를 먹고 있고 이런저런 여러 분위기와 돼지갈비의 맛이 좋아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함. 반찬도 깨끗이 비우고 돼지갈비 2인분을 다 먹을 때쯤엔 배가 충분히 불러 더 먹으라고 해도 더 못 먹을 정도였고 맛도 좋은 진짜 돼지갈비집이어서 약간의 흥분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한 후 가게 입구 한쪽에 놓인 무료 자판기커피도 한 잔 뽑아 마시고 박하사탕도 챙겨서 나옴. 전체적으로 인터넷에서 보고 진짜 돼지갈비집인 것 같아 궁금해서 급 들러봤는데 탄탄쫀득한 식감의 진짜 돼지갈비를 옛날 느낌 뿜뿜인 클래식한 맛의 양념소스에 찍어 먹는 가게로 가게의 분위기나 동네 등이 다 맘에 들어서 가족과 재방문하고픈 생각이 든 기분 좋은 방문이었음.

청수장

서울 성북구 정릉로 237-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