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걸어서 들러볼 만한 곳이 있나 보다 보니 여기 평양일미 청담점이 눈에 들어옴. 원랜 지난번에 좋았던 대치동 판동면옥에 다시 들러볼까 했었는데 망플을 하다보니 안 가본 가게에 들러봐야할 것 같은 프레셔에 나름 인기가 있으니까 지점도 연 거겠지 혼자 상상하며 가게로 향함. 워낙 근처여서 금방 가게 앞에 도착했고 버터핑거팬케이크 바로 옆 건물이었음. 가게의 외관은 뭔가 레트로 느낌이었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계산하는 카운터 뒷편과 가게 깊은 안쪽에도 자개장에서 떼어낸 문으로 된 장식도 있어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순간 음식보단 이런 인테리어에만 신경을 쓴 소위 겉만 번지르르한 가게는 아니길 빌며 2인 테이블에 앉으니 점원분이 메뉴와 면수가 든 주전자를 가져다 주심. 테이블 위엔 아주 옛날에 봤던 이름도 모르는 컵이 놓여있어 면수를 따라 마시면서 메뉴를 보곤 일단 평양 비빔냉면과 좋아하는 메뉴인 녹두전을 생각했는데 녹두전 재료의 원산지가 죄다 중국산이어서 가게 이름이 평양일미면 웬만하면 국내산을 써야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가게 이름을 평양일미가 아닌 베이징일미나 샹하이일미로 바꿔야하는 거 아닌가 싶어 패스하고 점원분이 인기있는 메뉴라고 하고 국내산 돼지고기를 쓴다고 안내한 제육 반 접시를 부탁드림. 밑반찬들이 세팅된 후 먼저 이북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꾸밈없이 숭덩숭덩 썰어 낸 정감있는 모양새라는 삐짐 제육이 양념장과 겨자가 곁들여져 나옴. 차갑게 서브된 제육을 양념장에 찍지 않고 그대로 맛을 보니 잡내없이 적당한 돼지고기 육향이 나름 괜찮아 스타트는 나쁘진 않은데 함. 테이블 위에 깔린 종이 테이블 매트에 설명된 대로 양념장에 겨자를 섞은 후 밑반찬으로 나온 이북식 김치를 얹어서 맛을 보니 양념장이 뭔가 우리나라식으로 회를 먹을 때 찍어 먹는 초고추장 느낌 비슷해 자극적인 느낌인 건 딱히 내 타입은 아니지만 뭔가 옛날 이북 잔치 느낌이 뭔지는 알 것 같은 느낌이고 볼륨김도 제법 좋음. 곧 이어서 평양 비빔냉면이 역시나 레트로 느낌 뿜뿜인 옥색의 사기그릇에 담겨 나왔는데 역시나 볼륨감은 좋은데 다만 양념이 좀 흥건한 타입인 건 좀 아쉬웠지만 대신 잘 비벼짐. 잘 비벼진 비빔냉면을 맛을 보니 면은 평양냉면 맞는데 양념장이 제육에 딸려나온 초고추장이 생각나는 양념장과 같아 제법 자극적인 맛이어서 이런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기대했던 평양 비빔냉면의 맛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인상적이진 않음. 제육도 그렇고 평양 비빔냉면도 볼륨감이 좋아 다 먹을 때쯤엔 배가 꽤나 불렀고 평양 물냉면에 들어가는 냉육수도 좀 부탁드리니 가져다 주셔서 맛을 봤는데 지난번 진영면옥이나 아니면 최근 판동면옥보단 육향이 덜 뿜뿜이었지만 시원해서 잘 마무리 후 자리에서 일어남. 카운터에는 어렸을 때 좋아했었던 꾸덕한 질감의 땅콩맛 캔디가 있어서 집어서 가겔 나옴. 전체적으로 나름 인기가 있는 가겐지 집 근처에도 지점을 낸 가게라고 해서 들러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오너셰프분이 혼을 담아 맛난 음식을 내놓는 타입의 가게는 아닌 뭔가 체인점 느낌의 가게인데다 맛도 기대와는 달라 재방문하진 않을 것 같지만 제육은 맛도 괜찮고 볼륨감도 좋은 편이었던데다 냉면 역시 볼륨감은 좋았었어서 괜찮다로..

평양일미

서울 강남구 선릉로152길 1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