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게 역시 인스타에선가 봤는데 여기저기서 보니 평도 괜찮은 것 같고 캐치테이블로 예약하는 시스템인데 요즘 인기있는 오마카세 가게들은 소위 스강신청이라고 부를 정도로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긴 걸로 아는데 우연히 점심에 한 자리가 있길래 입틀막하고 예약금 3만원을 걸고 예약함. 가게는 이리에라멘 바로 건너편이었고 12시 조금 전에 도착해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 모녀 손님이 들어가길래 따라서 들어감. 내부는 카운터석 8석의 아담하면서 마치 내가 찾는 일본 흔한 동네에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님 셰프분이 스시를 쥐어주실 것 느낌의 수수한 분위기였고 이름을 확인 후 안내해주신 자리에 앉아 QR 코드 체크인을 함. 자리는 6석 정도면 좋을 것 같은 좀 비좁은 배치였고 시원한 둥굴레차가 든 피처가 준비되어 있는데 겨울엔 따뜻한 차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느낌임. 손님들이 다 온 후 온도감과 송이의 향, 감칠맛이 좋은 송이 차완무시로 시작해선지 기대감이 살짝 상승했고 다 먹고 차완무시가 들어있던 투명 잔과 티스푼을 카운터 위에 올리니 티스푼은 계속 쓰시면 된다고 하셔서 내가 사용한 티스푼이지만 한 메뉴가 아닌 다른 메뉴를 텀을 두고 계속 사용하는 건 좀 아닌 느낌이었지만 수수한 가게여서 이해하기로 함. 이어서 츠마미로 스시집에서 가끔씩 보는 뚜껑이 있는 예쁜 크리스탈에 담겨져 안키모가 얹어진 광어와 광어 지느러미, 바다포도와 트러플 크림소스가 얹어진 아카미 그리고 시메사바가 나왔는데 안키모는 식초의 새콤함이 살짝 과한 느낌이었지만 광어와 광어 지느러미는 숙성이 잘 됐는지 쫀득함과 감칠맛이 좋아 난 보통 흰살 생선인 시로미보단 맛이 진한 등푸른 생선인 히카리모노를 좋아하는데 기대 이상의 맛에 미소가 지어짐. 아카미는 맛이 잘 배어 괜찮은데 트러플 크림소스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고 시메사바는 평범함. 너무 미니 사이즈여서 티스푼으로 떠 먹어야 하는 연어알도 들어간 미니 카이센동이 나온 후 미소시루가 나왔는데 간도 적당하고 은은한 산미도 좋음. 츠케모노를 내어 주시고 스시는 도미로 시작됐는데 이 집은 시로미를 잘 하는지 역시나 쫀득함과 감칠맛이 좋고 샤리는 약간 짭짤한 타입인데 엔트리급 가게 치곤 풀어짐도 좋음. 참치 뱃살과 살짝 아부리한 후 라임 즙을 뿌린 달달한 맛의 관자, 위에 올린 시소잎의 향이 잘 어우러졌던 전갱이, 산미와 샤리와의 밸런스도 좋았던 아카미 츠케가 이어지고 인상적이진 않았던 게우소스와 샤리가 곁들여진 찐전복 후엔 아부리하고 기름기가 좋았던 금태, 스시집에서 한 마리만 올라간 건 처음 보는 단새우가 나옴. 중간에 미소시루를 다 마셔서 리필을 부탁드렸는데 셰프 두 분이 손님 네 명씩을 담당하시다 보니 여유가 없어선지 싫은 표정을 짓거나 하시진 않았지만 중간에 뭘 부탁드리는 게 부담스러운 느낌임. 잠시 텀을 두고 고등어봉초밥을 만드시는데 숯불로 아부리하는 걸 쇼처럼 보여주신 후 나눠주시고 거의 끝나가는 느낌이어서 장어 정도가 나오고 스시가 마무리되는 건가 했는데 의외로 식사라면서 소바를 내어주셔서 전체적으로 양이 모자란 느낌은 아니었지만 기대보단 스시의 종류가 적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짐. 소바를 먹을 때 갓 튀겨진 뭔가 중식의 어향가지튀김 느낌으로 가지 가운데에 칼집을 낸 후 다진 새우와 치즈를 넣고 튀긴 걸 반으로 잘라 건네주시면서 한 개는 그대로 드시고 나머지 한 개는 소바를 다 드시고 소바 국물에 담가 드시라고 안낼 해주심. 가지튀김 안의 치즈가 뜨거워 호호 불어 먹는데 가지튀김 자체가 나쁘진 않지만 뭔가 양식 내지는 중식 느낌이어서 스시와는 좀 이질적으로 느껴져 인상적이진 않음. 마지막 디저트로는 단 맛이 살짝 부족했던 멜론이 나오고 계산 후 가겔 나옴. 소위 스강신청을 해야하는 나름 인기가 있는 엔트리급 스시집인 것 같아 들러봤는데 흰살 생선인 시로미가 좋았던 게 기억에 남고 티스푼 한 개를 계속 써야 하는 건 별로였지만 멀지 않은 신촌 하늘초밥에서 맛봤던 욕심쟁이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1만4천원 정도지만 만족도는 나아 괜찮다와 맛있다 사이의 어디쯤이지만 작은 가게여서 응원의 맘을 담아 맛있다로..
로랑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8길 28-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