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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2년

우리집은 아빠가 싫어했었던 건지 아님 엄마가 싫어했던 거였는지는 모르지만 집에서 먹는 고기는 무조건 소고기였지 돼지고기는 한 번도 먹었던 기억이 없음. 그래선지 갈비는 무조건 소갈비만 있는 줄 알고 있다가 어른이 돼서 돼지갈비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었을 땐 약간 충격이었을 정도임. 제일 좋아했던 찌개가 김치청국장이었던 걸 보면 꼭 냄새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생선도 고등어 같이 비린내가 좀 나는 것 말고 갈치나 병어 같은 걸 주로 먹었던 기억이고 김치청국장이나 김치찌개도 다 멸치 베이스 육수였지 돼지고기가 들어간 건 본 적도 없고 먹어본 적도 없어 아직도 김치찌개 같은데 돼지고기가 들어간 건 별로 안 좋아하고 보쌈이나 삼겹살 같은 것도 커서 먹기 시작했음. 이젠 좋은 삼겹살은 없어서 못 먹는 정도고 일본 라멘의 차슈 같은 건 좋아하지만 여전히 족발이나 제육볶음 같은 메뉴는 한 번도 안 먹어봤고 딱히 시도해 보고 싶은 맘도 없음. 그래선지 그만큼 소고기가 익숙하고 소고기 위주인 서양식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코스트코 같은데 가서 마블링이 좋은 립아이 스테이크를 잘 골라 간단하게 소금 후추 간만 해서 팬에 구워 먹어도 충분히 좋은지라 가성비가 많이 떨어지는 소고기 외식은 최근 노란상 소갈비의 LA생갈비 같이 맛과 가격을 다 잡은 경우가 아니면 꺼리는데 맛되디님의 리뷰에서 이 가게를 보니 가게 위치가 마침 집 근처여서 관심이 감. 거기다 제주도에서 인기를 끌고 서울로 왔다고 하고 여러 코스 메뉴도 제공되고 평도 좋아 큰 기대는 없이 예약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니 다행히 한 자리가 있다고 해서 입틀막하고 예약 후 들러봄. 가게는 진짜 가까워서 집에서 슬리퍼를 끌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차마 그러진 않고 금방 가게 앞에 도착했고 발레파킹을 하시는 것 같은 분이 엘픽에 오셨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하니 건물을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는 은색 철문을 열고 들어가시면 된다고 알려주심. 은색 철문을 여니 여기저기서 본 공간이 바로 보이고 공간 한쪽엔 룸도 있었는데 여점원분이 바로 와서 이름을 확인 후 카운터석으로 안낼해주심.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같은 시간에 시작되는 건가 했는데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팀마다 다 다른 순서로 진행되고 있었음. 여점원분이 코스 외에 스테이크 선택 안내를 하면서 드라이에이징 티본과 엘본은 오늘 주문이 안 된다고 해서 오랜만에 티본을 먹어볼까 했는데 안심은 취향이 아니어서 채끝등심으로 부탁을 드림. 메인 셰프분인 것 같은 분은 조금 수줍은 타입이신지 메뉴 안내를 그나마 수줍게 하실 때 말곤 말씀이 별로 없으시고 스테이크를 굽는 담당이신 것 같은 셰프분이 분위기를 띄우거나 멘트를 주로 담당하시는 느낌인데 세비체가 나올 때 수줍으신 메인 셰프분의 설명 뒤에 7.5킬로 짜리 대광어여서 맛있으실 거라고 멘트를 치심. 세비체는 새콤하면서 고수 향이 좋은 드레싱이 뿌려진 쫀득한 광어가 식감을 돋워주는 느낌이지만 딱 생각했던 맛이어서 우와하거나 하진 않고 치킨쥬를 같이 스푼으로 떠서 드시라고 설명하신 무늬오징어는 치킨쥬의 감칠맛은 좋았지만 그릴에 구운 오징어 자체는 역시나 기대 이상이거나 하진 않고 예상가능한 맛임. 문어리조또나 단새우구이까지는 다 예상가능한 맛이었고 다음으로 그릴치킨이 나왔는데 그릴에서 구워선지 촉촉함 없이 약간 드라이한 느낌이어서 최근에 맛봤었던 이태원 파인애플 익스프레스의 치킨보울에 들어가는 데리야키 치킨이 더 나은 느낌이어서 제일 덜 인상적이고 끝까지 이런 느낌이면 다 먹고 이번 달까지만 맛볼 수 있다는 맥도날드 빅맥 베이컨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함. 다음으로 여러 레이어가 있게 밀푀유 느낌으로 저며 튀겼다는 감자튀김이 나뫘는데 식감은 소위 회오리감자 느낌의 고급 버전 느낌이어서 특별하진 않지만 감자의 겉은 적당히 바삭하면서 안은 드라이하지 않고 워낙 감자튀김이나 감자칩 같은 걸 좋아해선지 소위 취저인 메뉴여서 미소가 지어지려고 함. 코스의 마지막인 생면 단새우 파스타가 나왔는데 갑각류 같은 걸 좋아해선지 비스큐 소스의 파스타 역시 감자튀김에 이은 취저 메뉴 느낌인데 맛 자체는 역시나 예상가능한 맛이고 데커레이션 느낌의 생 단새우 한 마리는 좀 뜬금 없는 느낌이지만 새우 조각이 들어간 파스타의 짭짤갑각류 풍미 뿜뿜이 맘에 들어 점차 미소가 커지는 느낌임. 드디어 멘트 및 굽기 담당이신 셰프분이 실제로는 메뉴에 쓰인 그램수보다 더 많다고 하고 메인 셰프분이 40여 분에 걸쳐 굽고 구운 양파 소스를 뿌렸다고 설명하신 채끝등심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비주얼에서부터 겉면에는 숯불에 그을린 마크와 말돈 소금이 뿌려져 있어 좋은 고기엔 소금 외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내 취저여서 기대감이 상승함. 곁들여진 샐러드는 발사믹 비니거 베이스의 새콤한 맛이었고 이미 잘려 나온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맛을 보니 부드럽게 쫄깃한 식감 자체는 새롭지 않고 고기 자체도 마블링이 특별히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숙성을 잘 해선지 진한 감칠맛에 말돈 소금의 짭짤함이 더해져 정곡으로 취향저격이어서 9회말 만루홈런의 느낌임. 구운 양파 소스도 좋지만 스테이크 위에 뿌려진 말돈 소금이면 게임 끝이어서 곁들여 주신 홀그레인머스터드나 와사비는 안 건드림. 옆 자리 여자손님 팀의 여자손님은 안심을 주문했는데 잘 구워 핏물이 흐르거나 하지 1도 않는데 취향이 좀 더 구운 걸 좋아한다며 좀 더 구워달라고 요청을 해서 속으로 아이고 아까워라 함. 스테이크의 볼륨감도 제법 좋아 배불리 먹고 일어나려는데 디저트를 준비해 주신 대서 다시 앉으니 토치질을 하시길래 크렘브륄렌가 보다 했는데 역시나 크렘브륄레였고 맛을 보니 특별히 우와하는 맛은 아니더라도 은은한 바닐라향이 좋아 맛있게 마무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남. 전체적으로 제주도에서 인기를 끈 가게가 서울에 왔다고 하고 마침 동네여서 들러봤는데 특별한 경험이어서 또 가야지의 느낌까진 아니었지만 호텔 뷔페 같은 델 갈 바엔 훨 나은 선택지의 느낌이고 뭔가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고 싶으면 들러볼만 해서 맛있다로..

엘픽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78길 25 에스앤에스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