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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2년

원랜 여의도에 오는 길에 한 군데 정도는 더 들러야 하지 않나 싶어 보니 전부터 가고 싶었던 콩국수 맛집이라는 진주집이 근처길래 들를 계획이었는데 스시다정에서 나오니 배가 빵빵해 콩국수를 또 먹다간 괜히 안 좋은 결말이 될 것 같아 포기하고 가볍게 커피라도 마실까 싶어 가고싶다에 세이브해 둔 가게가 있나 망플을 보니 여기 그레이 에스프레소가 보이고 주아팍님이 리뷰에서 유일하게 스탬프를 찍는 가게라고 하셔서 일단 가게로 향함. 너무 덥지만 하늘에 핀 뭉게구름이 하와이나 괌, 사이판 느낌이네 하면서 네이버지도가 안내하는 가게가 있다는 건물 앞에 도착했는데 가게가 안 보여 건물 안에 있는 건가 했는데 네이버지도에 있는 사진들을 보니 외부에 있는 것 같아 방금 지나온 길가를 훑어보니 그레이 에스프레소가 보임. 길 건너편 건물 앞엔 이 더위 땡볕 아래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가게가 있길래 뭐지? 하며 줄을 따라 들어가 보니 화목순대국이란 순댓국집이어서 다행히도 순댓국을 못 먹는 나는 가슴을 쓸어내림. 그레이 에스프레소에 들어서니 가게는 안으로 깊숙한 타입이고 입구쪽과 카운터 맞은편 벽을 따라 아담한 앉는 자리들이 있음. 카운터로 가서 메뉴를 스캔하니 가게 이름에도 에스프레소란 단어가 들어가고 배도 불러 아메리카노 같은 거 말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맛보기로 하고 두 가지 원두 중에 선택할 수 있길래 산미를 좋아하는 나는 #8 Bitter Sweet로 부탁드림. 빈 자리에 앉아 가게를 둘러보니 뭐가 영어로 많이 쓰여 있는데 영어로 쓰는 게 멋있게 보이는 거 같으면 아까 메뉴를 스캔하면서 보니 에스프레소 아래에 Pure Cane Sugar라고 쓰시려고 한 것 같은데 Cane이 아닌 Canne라고 쓰여있어 순간 프랑스 칸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인 Cannes을 말하는 건가 했던 거나 리뷰를 쓰면서 메뉴를 훑어보니 플랫화이트나 버터컵 아래에도 foam을 쓰시려는 것 같은데 form이라고 쓴 거나 Lemonade는 레모네이드인데 Lemon Ade라고 쓰고 읽기도 레몬에이드라고 잘못 표기한 것 등 끝까지 멋지진 못하네 함. 기다리는데 캔을 따는 소리가 들려 뭐지?하고 보니 캐나다 드라이 토닉워터를 따는 소리였고 뭐야? 혹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흔한 생수면 입 헹구는데 충분할 것 같은데 스파클링 워터라고 쓰여있더니 나를 주시려고 따시는 건가 함. 드디어 내가 주문한 #8 Bitter Sweet 에스프레소가 캐나다 드라이 토닉워터와 같이 준비되어 카운터로 가서 가지고 자리에 와 슥 보니 에스프레소 위의 크레마가 꽤나 두꺼워 보여 처음 접하는 두께의 크레마네 함. 곁들여진 사탕수수 설탕을 에스프레소에 퐁당 빠뜨리고 스푼으로 적당히 잘 저어 녹이는데 웬만하면 크레마가 사리질 법도 한데 전혀 안 사라지고 그대로여서 신선한 원두를 쓰시나보다 함. 설탕이 다 녹고 어떤 맛일지 두근대며 맛을 보니 설탕을 녹였는데도 신맛이 확실히 느껴져 웬만하면 설탕의 단맛과 적당히 어우러져 산미와 달달함이 적당히 밸런스를 이룰텐데 산미가 단맛을 누를 정도여서 산미를 좋아하는 나는 싫진 않지만 밸런스가 조금 아쉽게 느껴짐. 그 와중에도 크레마는 안 없어지고 다 마실 때까지 끝까지 남아있어 이 집의 에스프레소는 꼭 맛이 좋은 건 아니더라도 두툼하고 지속되는 크레마거와 신맛이 도드라지는 산미 때문에 기억에는 확실히 남겠다 함. 마무리는 캐나다 드라이 토닉워터로 입을 헹구는데 유럽엔 1도 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우리나라는 워낙 물의 퀄리티가 좋은데 굳이 탄산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건가 함. 트레이를 반납 후 한 여름으로 나가 집으로 향함. 전체적으로 스시다정에서 배불리 점심을 먹고 나와 워낙 배가 불러 원래 계획이었던 진주집의 콩국수를 먹는 대신 주아팍님이 유일하게 스탬프를 찍는 가게라고 하셔서 에스프레소로 입가심을 하러 들렀는데 밸런스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툼하고 쫀쫀한 크레마와 신맛이 설탕의 단맛을 누르는 #8 Bitter Sweet 에스프레소는 기억에 남아 근처를 지날 때 다시 한 번 들러보고 싶은 방문이었어서 맛있다로..

그레이 에스프레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379 제일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