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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2년

이 가겐 최은창님이 최근 리뷰에서 아무나 데려가지 않는 가게라고 하셔서 궁금했고 마침 동네길래 가고싶다에 세이브해뒀었음. 주말에 어디라도 들러보고 싶어 원랜 종로 쪽에 있는 가게를 들러볼까하다 날씨도 꾸물해 멀리 가기도 그러던 차에 여기 엘레나영이 생각나 전화를 해보니 4시쯤 어중간한 시간대여선지 지금은 한가하다고 하셔서 바로 집에서 출발하는데 비가 쏟아져 여러모로 오늘은 여길 갈 코슨가 보다 함. 금방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보니 전에 작약님의 리뷰를 보고 들러서 스무디와 와플을 맛있게 먹었던 예전 푸릇프룻 바로 맞은편이었음. 가게는 수수하면서 아담해서 2인 테이블 한 개와 가변 가능한 4인 테이블 두 개가 다임, 주방에서 나오신 오너 셰프분이 방금 전화하셨던 분이냐고 하셔서 그렇다고 하니 앉으시라고 해서 창가 자리에 앉으려니 예약석인 듯 중간 자리로 안낼해 주셔서 앉으니 물과 컵, 메뉴를 가져다 주심. 메뉴를 스캔하니 다양한 메뉴가 있는데 난 파스타를 먹고 싶어 온 거여서 오너 셰프분께 퍼스타 메뉴 두 개 정도를 맛보고 싶은데 추천해 주실 만한 메뉴가 있으신지 여쭈니 취향이 어떠신지 물으시면서 인기가 좀 더 있는 건 오징어 먹물 리조또와 라구 볼로네제라고 하시면서 메뉴엔 없지만 백합조개가 들어간 봉골레도 가능하다고 하심. 예전 한남동 시칠리의 씨푸드 스파게티를 맛봤었을 때 잣 조각이 씹혔었는데 순간 뭔가 여름 느낌 뿜뿜으로 느껴졌던 게 생각나 혹시 잣이 들어가는 파스타가 있는지 문의를 하니 바질 페스토에 잣 간 게 들어가긴 한다고 하시는데 딱히 당기진 않아 좀 더 고민하다 원래도 봉골레를 좋아하는지라 메뉴엔 없지만 가능하다고 하신 24,000원인 봉골레를 선택하고 봉골레와 같이 먹는 조합으로 추천하신 비스큐 베이스의 해산물 스파게티는 약간 매콤하다고 하고 해산물 베이스여서 다른 베이스의 파스타도 맛보고 싶어 인기 메뉴라는 라구 볼로네제를 부탁드리니 원래 봉골레는 스파게티가 아닌 딸리아뗄레로 조리해 주시는데 라구 볼로네제도 딸리아뗄레로 조리하니 봉골레는 스파게티로 조리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부탁드림. 가게를 둘러보니 정말 아늑하고 내가 좋아하는 오너셰프분이 조리하시는 가게라 맛만 좋으면 좋겠다 하며 기다림. 어느 정도 지나 드디어 모시조개 대신 백합이 들어간 봉골레를 내어주셨는데 일단 볼륨감이 제법 좋아 요즘 인기를 끄는 고급 코스프레 가게들에서 흔히 보는 뭔가 코스트코에서 시식 느낌으로 손바닥만큼 주는 타입이 아니어서 착한 가게 느낌인게 좋고 먼저 면을 맛을 보니 건면이라고 하시는데 생면 느낌 들게 부드럽게 삶아졌고 간은 살짝 심심한가 싶지만 은근한 감칠맛이 좋고 페퍼론치노가 들어가 살짝 매콤한데 모시조개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백합도 맛을 보니 두세 개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온도감과 육즙 뿜뿜이어서 좋은데 함. 이어서 나온 아마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넉넉히 뿌린 라구 볼로네제의 간 고기는 뭉근하게 조리되어 스튜에 들어가는 것 같은 꾸덕찐득한 식감이면서 치즈의 맛도 더해져 고기치지해서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미트 소스 스파게티의 맛과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대학로 osso파스타에서 라구 파스타를 접할 때 경험하는 토마토는 조연 정도고 고기가 주연인 맛의 느낌과 비슷해 이런 느낌이 진짜 라구 볼로네즌 건가 싶어 구글링을 해보니 역시나 미국식 미트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 소스에 간 고기를 넣고 조리한 타입인데 반해 볼로네제는 더 꾸덕하면서 크리미하고 토마토는 가미만 된 느낌이라고 설명되어 있어 이런 게 진짜 이탈리아 라구 볼로네제구나 함. 그래서 유튜브에서도 보면 이탈리아 셰프들이 미국식 미트 소스를 맛보곤 이건 라구 볼로네제가 아니라고 했던 거였음. 파스타의 볼륨감이 충분히 좋아 메뉴 한 개만으로도 안 부족했을 느낌인데 두 개나 먹고 나니 정말 배가 부르고 거의 다 먹었을 때쯤 들어온 창가쪽 자리를 예약한 커플 손님이 주문을 하면서 티라미수도 있는지 문의를 하고 셰프분이 있다고 하니 좋아하면서 주문을 하길래 요즘 유행하는 구움과자 같은 타입은 그다지 안 좋아하지만 티라미수 같은 건 나도 좋은데 담에 맛봐야겠다 함. 전체적으로 최은창님이 아끼는 가게라고 하셔서 들러봤는데 요즘 유행하는 한껏 겉멋 든 느낌의 생면파스타 가게와는 달리 수수하면서도 트러플 같은 게 안 들어간 클래식한 메뉴를 가격도 괜찮고 볼륨감과 맛도 좋게 내어 맘에 들었어서 뭔가 등잔 밑이 어두워 시리즈의 네 번째 가게 느낌이었고 맛있다로.. 최근 폭우에 화제가 됐던 사진 중에 서초동 현자라고 침수된 제네시스 차량 위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 사람 사진이 있는데 뒷 배경에 폴바셋이 어딘가 익숙해 자세히 보니 어렸을 때 녹두전을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있는 은성회관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생긴 상가 건물에 있는 폴바셋 서초본점이어서 헐함.

엘레나영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99길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