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음식을 좋아해서 그런 맛집을 찾아 나서지만 최근 Luscious.K님의 코자차 리뷰에서처럼 많은 경우 사기꾼이나 도둑으로 느껴지는 다양한 빌런들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그런 빌런들을 상대로 싸우다 보면 녹초가 되는 기분임. 스시아오타에서의 점심이 기대이하였어서 지난 첫 방문에서 좋았던 여기 엘레나영을 찾으면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 같아 미리 전화로 들러도 되는지 확인 후 들름. 가게에 도착하니 셰프분의 지인이신 것 같은 분이 파스타를 드시고 계셨고 먼저 물과 할라피뇨를 세팅해주셔서 이런 가게에서도 할라피뇨를 세팅해주시는 건가 싶어 지난 첫 방문 때의 사진을 보니 난 먹질 않아 기억이 없지만 그 때도 주셨었음. 메뉴에 있는 메뉴들 말고 코스도 궁금해 문의를 하니 코스는 2인은 어렵고 보통 4인 이상쯤 되는 경우 미리 손님과 상의를 해서 코스를 구성하는데 요즘엔 물가가 올라 인당 8 ,9, 10만 원 정도 선으로 보시면 된다고 하심. 메뉴를 스캔 후 해산물 리조또를 선택하려다 혹시 메뉴에 없는 추천해주실 만한 다른 시크릿 메뉴는 없는지 여쭈니 최근엔 단체 손님과 근처 리사르 커피와의 협업으로 바빴어서 다른 메뉴를 준비할 여력이 없으셨다는데 지난번에 봉골레 드셔보지 않으셨냐며 부안에서 올라온 씨알 좋은 백합이 있는데 아스파라거스랑 잘 어울리는데 늘 있는 메뉴는 아니니 한 번 드셔보시라고 해서 팔랑귀는 바로 넘어감. 혹시나 백합 아스파라거스 스파게티를 먹고 남은 소스에 빵을 적셔 먹으려고 식전빵도 부탁드림. 어느 정도 기다려 식전빵이 먼저 나왔는데 식전빵은 살짝 구워져선지 겉이 크리스피해서 드라이할까 했지만 희한하게 안 드라이하고 적절한 수분감이 있음. 살짝 구워져 겉이 살짝 크리스피해서 발사믹오일에 찍어 먹기가 흔한 치아바타보단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열심히 찍어 먹고 있으니 드디어 백합 육수로만 간을 하셨다고 설명하신 백합 아스파라거스 스파게티가 나왔는데 요즘엔 워낙 손바닥만큼 주는 가게들이 많아선지 지난 첫 방문에서와 같이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될 것 같은 넉넉한 볼륨감에 눈물이 나려고 함.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아 맛을 보니 부드럽게 조리된 스파게티의 식감도 좋고 백합 육수로만 간을 하셨다는데 적절한 간과 감칠맛에 스시아오타에서 다친 몸과 맘이 즉시 치유가 되는 느낌이고 백합은 지난번 봉골레에 있던 백합보단 확실히 더 크고 아스파라거스는 두툼한 사이즌 아니더라도 질긴 부분 없이 아삭부드럽게 잘 조리되어 미소가 지어짐. 맘에 들어선지 더 먹진 못 할 것 같으면서도 계속 곁눈질로 메뉴를 보게 되고 파스타 한 개를 더 먹긴 무리일 것 같아 티라미수라도 맛볼까 싶어 여쭈니 점심에 다 나갔다고 하심. 소스가 흥건한 타입이 아니어서 빵을 적셔 먹을 게 없었지만 그래도 소스 1도 안 남게 없는 소스를 박박 긁어 적셔서 다 먹으니 배가 충분히 부름. 계산을 하니 식전빵까지 해서 28,000원이었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드리고 큰 미소를 지으며 가게를 나섬. 전체적으로 최은창님이 아무나 데려가지 않는 가게라고 하셔서 들렀었던 지난 첫 방문에서 맛봤던 봉골레와 라구 볼로네제는 정작 이탈리아 현지에선 안 흔할 것 같은 생면 파스타나 트러플 같은 흔치 않은 재료로 만든 파스타가 아닌 좀 더 익숙한 클래식한 메뉴인 것도 좋았고 볼륨감도 충분히 좋았어서 다시 한 번 들러봤는데 여전히 좋아 여러 빌런들을 상대로 싸우다 몸이 만신창이가 됐을 때 여길 오면 완전히 회복될 것 같은 느낌이었고 맘에 쏙 들었어서 진짜 맛있다로..
엘레나영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99길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