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스시아오타가 가격 대비 기대이하였어서 꼭 다시 한 번 들러보고 싶었던 여기 엔토츠야가 생각나 네이버지도에서 보니 운 좋게 추석 전 마지막 영업일 런치에 한 자리가 예약이 가능하길래 바로 예약함. 하늘이 높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가게가 있는 듀펠센터에 도착해 오랜만인지라 엔토츠야가 있는 지하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1층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새로운 카페인 아우프글렛이 보이고 예전 콘반은 오래된 나무문 대신 현대적인 유리문으로 바꼈길래 콘반이 맞는 건가 함. 궁금했던 피자사우나는 1층 한 쪽에 아담하게 피자 스탠드 느낌으로 위치해 있었는데 오늘은 쉬는 날인지 닫았음. 엔토츠야가 위치한 지하층으로 내려가니 내가 첫 손님이었고 예약 확인 후 맨 안쪽 자리로 안낼 받아 앉으니 이어서 다른 손님들도 나타나고 옆 자리엔 딸 두 명과 엄마팀이었음. 예전과 딱히 바뀐 건 없는 느낌이고 천장이 높고 흔한 스시집과는 다른 분위기가 여전히 좋음. 카운터 위엔 엔토츠야의 나름 유명한 우엉절임과 물을 부으면 부풀어 오르는 타입의 물티슈가 세팅되어 있고 메인 셰프분은 여전히 서글하심. 아삭쫄깃한 우엉무침은 깨의 고소함과 새콤함이 좋고 가리는 가볍게 아삭한 타입임. 먼저 전복내장소스 위에 전복 술찜이 올라간 차완무시로 스타트를 했는데 온도감은 살짝 아쉬웠지만 내장소스의 적당한 녹진함이나 전복술찜의 야들함이 좋아 차완무시에 올리는 게 딱히 어울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미소가 지어지고 옆 손님은 감탄사를 내뱉음. 시소잎으로 감싼 새우 쿠시카츠는 소금을 찍어 드시라고 안낼 해주시는데 시소잎의 향이 뿜뿜이어서 호불호가 있을 듯 하지만 탱글한 새우는 좋음. 한치 다리 초회는 폰즈 소스에 절인 우리나라 말로는 큰실말이라고 불린다는 해초인 모즈쿠 초무침을 곁들여서 드시라고 하셔서 맛을 보니 초회 자체는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은은히 상큼한 모즈쿠 초무침과의 조합이 좋음. 보통은 디너에만 내어주시는데 휴일 전이라 런치에도 내어주셨다는 1킬로에 5만 원쯤이라는 시즈오카산 뿌리와사비도 세팅해 주시고 소금과 라임즙을 뿌린 제주산 한치로 스시 스타트를 했는데 쫀득하지만 인상적이거나 하진 않고 샤리는 살짝 짭짤한 타입임. 이어진 줄무늬 전갱이는 살짝 설컹한 식감이 괜찮고 실파를 넣은 광어 역시 무난함. 생참치 아카미즈케는 적당히 산미도 있으면서 괜찮고 오토로는 달달고소하면서 녹는듯한 기름진 쥬시함이 좋아 역시 오토로구나 하고 옆자리에서도 우와함. 가리비관자는 영귤 껍질과 소금을 뿌려 내어주셨는데 적당히 쥬시하고 좋지만 우와하는 정도까진 아니었고 단새우 세 마리와 우니를 올린 마끼는 달달하면서 아주 녹진하진 않아도 비린맛 1도 없고 좋게 향긋함. 간 무를 곁들인 삼치소금구이가 이어서 나왔는데 약간의 후추향이 나는 느낌이고 기대보단 못한 느낌이지만 나쁘진 않음. 꽃게 육수로 끓이셨다는 미소시루는 꽃게 향이 뿜뿜이어서 커다란 A급 꽃게가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국물만인데 워낙 꽃게향 뿜뿜이어서 안 아쉬움. 실파생강을 올리고 시소잎을 넣은 청어는 1도 안 비리면서 내가 등 푸른 생선에서 기대하는 적당한 생선향이 좋고 쥬시해서 완전 취향저격이고 네기토로마끼는 적당한 고소새콤함이 좋아 맛있어서 며칠 전 스시아오타보다 확실히 나아 그렇지 이런 맛이어야지 함. 서글하신 메인 셰프분은 중간중간 옆 자리의 엄마 딸 손님팀과 얘길 주고 받으시는데 셰프란 직업이 시간이 많을 것 같다는 오해를 많이들 하시는데 보이는 건 실제의 10% 정도 밖에 안된다시면서 아침 일찍부터 나와 재료를 준비하고 저녁 영업을 마치고 뒷정리 후 집에 가면 늦은 밤이라고 설명도 하시고 결혼 준비중인데 아직은 옥탑방에 살고 계셔서 좋은 차도 좋지만 그보단 전세라도 먼저 얻어야 한다고 하셔서 왠지 강남 스시집과는 다른 소박한 마음가짐이 뭉클하게 느껴짐. 바로 드시라고 설명하신 소금간을 한 아나고는 온도감도 좋고 달달함이 느껴지면서 입 안에서 눈 녹듯 사라져 맘에 들고 잘 드신다고 두 피스를 주신 고등어가 아닌 전갱이 봉초밥은 유지향도 좋고 은은하게 달달짭짤고소함도 있고 수분감 뿜뿜이어서 속으로 우와함. 계란과 새우살을 넣으셨다는 교꾸는 촉촉한 카스테라 느낌으로 좋고 휴일 전에 다 써야하는데 재료가 조금 남는다고 광어 스시 두 피스를 또 내어 주시고 녹차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마무리 후 자리에서 일어남. 예전 첫 방문 이후 늘 다시 한 번 들러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추석 전 마지막 영업일에 한 자리가 남아있어 들러봤는데 휴일 전이어서 좀 더 좋은 재료를 쓰신 건진 모르지만 며칠 전에 들렀었던 스시아오타보다 꼭 가격 때문이 아니라 그냥 스시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피스가 더 많은 느낌이고 가게나 셰프분의 분위기, 심지어 가격을 생각하면 확실히 낫게 느껴져 부평 호시카와에 이은 만족스러운 방문이었고 당연히 맛있다로..
엔토츠야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549 지타워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