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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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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이 집은 어쩌다가 발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인터넷에서 김치청국장 같은걸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던거 같음. 특히나 멸치청국장이어서 방문해 보고 싶었던거 같음. 휴일도 없이 영업하는걸 알고 가족과 같이 갈까 했지만 역시나 일요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길 싫어해서 나 혼자 차를 끌고 나감. 집에서 많이 멀진 않아서 운동 삼아 걸어갈까도 생각도 했지만 더워서 땀이 날까 그냥 차를 갖고 가기로 함. 이런 아침에 밥을 먹으러 차를 운전해서 가니 미국여행 같은데 가서 아침부터 맛집을 찾아 가는 느낌이었음. 우리집은 엄마가 양식을 좋아하셔서 양식을 많이 먹고 냄새나는 음식은 별로 안 먹는편이었지만 청국장이나 김치찌개같은건 예외였는데, 그 중에서도 청국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음식 중에 하나였음. 난 어려서부터 청국장냄새에 익숙해서 청국장을 냄새때문에 싫어한다는 얘길 들으면 이해가 잘 않됐음. 우리집에선 돼지고기를 안먹었어서 늘 멸치베이스의 김치청국장이었고, 그래서 난 청국장은 다 김치청국장인 줄 알고 있다가 밖에서 청국장 전문점이라는데 기대를 하고 가보면 김치청국장이 아닌 연브라운 색깔의 청국장이어서 당황하고 맛도 익숙치 않았음. 거기다 커다란 그릇에 밑반찬을 덜어 청국장을 넣어 비벼 먹는 방식은 적응이 않됐고 맛이 있는 줄도 모르겠었음. 어려서부터 밥에 버터나 마가린을 듬뿍 넣어서 밥위로 버터나 마가린이 녹아서 노랗게 자작자작하게 보일정도로 비빈후 거기에 김치청국장을 비벼서 먹는게 유일하게 아는 방법이자 제일 맛있었음. 그렇게 먹는게 흔치 않다는 건 명절때 오신 외갓댁 숙모님이신가 아무튼 그렇게 먹는 걸 보시곤 비위가 상하신다고 얘길하셔서 였음. 물론, 커서는 건강을 생각해서 그렇게 많이 넣진 않지만 아직도 이렇게 먹어야 맛있음. 가게에 가까이 가니 익숙한 동네이지만 안가봤던 뒷골목으로 살짝 들어서니 바로 보였고, 내가 자란 르메르디앙호텔 뒷편에서 멀지 않은 동네였지만 이런데가 있는 줄은 몰랐어서 새로웠음. 이런 아침에 이런 뒷골목에 있는 맛집을 찾아가니 미국여행가서 로컬들만 아는 맛집을 찾아가는 기분이었음. 가게는 2층에 위치해 있고 1층은 주차장이었는데, 1층은 좀 지저분해서 혼자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음. 1층 주차장 맨 안쪽에는 화장실이란 표지판이 보이는데 가까이 가기 두려운 비쥬얼이었음.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올라가니, 2층은 1층처럼 지저분한 느낌은 아니고 그냥 옛날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놓은 느낌이었고 계속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함. 택시기사손님말고도 그냥 일반손님과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손님도 있었음. 테이블은 다 4인 좌석으로 가게 벽에는 합석에 대한 안내도 쓰여있음. 자리에 앉아 궁금했던 멸치청국장을 주문함. 테이블 위에는 콩자반, 무생채, 김치가 덜어 먹을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고 맵지않은 고추와 쌈장도 놓여있음. 난 이런 식의 고추가 반찬으로 먹는 곳을 가본적이 거의 없어서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최근에 성북동돼지갈비집과 쌍다리돼지불백집의 방문을 통해 낯설진 않게 됨. 물을 따라 먹으려는데 컵도 없고 테이블에는 수저나 젓가락통도 없어서 멀뚱멀뚱 기다리는데, 어느정도 기다리니 순서가 되서 스테인리스쟁반에 청국장과 밥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 앞접시, 컵등이 다 담겨서 나옴. 앞접시에 테이블 위에 놓인 콩자반과 무생채, 김치를 덜어 담고 쌈장도 덜음. 먼저 청국장 국물을 떠서 설레는 마음으로 한입 맛을 보니, 살짝 매콤하면서 은은한 단맛이 도는 감칠맛으로 내가 아는 청국장 맛에 기존에 맛봤던 청국장들보다는 좀 더 가까운 맛이었음. 조미료가 들어간 맛으로 느껴졌지만 난 우리엄마가 다시마를 좋아하셨던것도 알고 그렇게 커서 조미료에 대한 거부감은 없음. 반찬들도 하나하나 맛을 보니 콩자반은 은은히 달달하고 김치 역시 살짝 달달한 잘 익은 김치맛으로 설렁탕집같은데서 나오는 김치맛으로 전체적으로 청국장도 그렇고 서울사람들이 좋아하는 은은하게 단맛이 도는 느낌이었음. 고추는 반찬으로 먹어본적이 없어서 여전히 어색한데 옆 테이블의 손님들을 보니 진짜로 고추를 쌈장에 푹 찍어 서걱서걱 씹어들 드시길래 나도 따라서 먹어봄. 이렇게 왜 먹는건진 먹으면서도 모르겠지만 비타민 보충한다고 생각하고 나도 고추 한개를 다 먹음. 어느정도 먹다보니 밥이 좀 모자랐는데, 가게 한편에 밥솥이 마련되어 있어서 적당히 리필해서 남은 청국장에 넣고 비벼서 깨끗이 비움. 다 먹고 나오는 가게 입구에는 무료 커피자판기가 놓여 있어서 그냥 마셔야 될 거 같은 느낌이어서 한잔 뽑아서 차안의 컵홀더에서 좀 식은 후에 집으로 오는길에 마시니 달달함. 난 자판기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무슨 느낌인지 알 것만 같았음. 전체적으로 진하고 무거운 맛이 아닌 가벼우면서 은은하게 단맛과 감칠맛이 돌아 첫입에 맛있다고 느낄만한 맛으로 깊은맛이나 고급진 맛은 아니었지만 고기베이스가 아닌 내가 익숙한 멸치베이스인게 좋았고, 6천원에 이런맛의 청국장이면 인기있겠다 싶은 맛이었던 방문이었고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북어찜도 맛보고 이 집에서 나와 코너를 돌면 있는 북어찜 단일메뉴로 유명하다는 역삼동 북어집도 방문해보고 싶음.

현대북어

서울 강남구 역삼로17길 64 A4스페이스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