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방문시도 끝에 드디어 방문해 본 다케. 첫번째 방문시도때는 영업시간인줄 알고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근처에 도착해서 전활해보니 장사준비가 안됐다고 아직 안 열었다고 하셔서 멘붕이었고 그 다음번에도 장사중이라고 해서 출발하면서 또 헛걸음 할까봐 전활해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하니 30분후에 어디 가봐야한다고 오후에도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다음주에 들르라고 하심. JuNa님의 리뷰에서 본 이 집을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돈카츠도 실해보였지만 그 보단 양배추 옆에 놓여있던 얇게 썰은 두조각의 오이와 방울토마토 한개의 가니쉬 비쥬얼 때문이었음. 이런 비쥬얼은 일본 먹방 유튜버들이 방문하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게에 들어서면 주인아저씨가 주방에서 돈카츠를 튀기시고 주인아주머님이 머리에 머리띠를 두르시고 서빙하는 느낌의 소박한 일본 돈카츠집들에서 자주 보던 가니쉬였어서 꼭 방문해 보고 싶었음. 그리고, 사진에서 본 그런 진짜 두툼하면서 양질의 돼지고기를 사용한 돈카츠를 이 정도 가격대에 내놓으려면 당연히 주인분이 혼자 운영하셔야만 가능하다고 생각되서 전화 통화에서 느껴지던 좀 황당한 가게 사장님 맘대로의 가게운영시간이나 리뷰에서 본 무뚝뚝하다던지 불친절하다던지, 무친절하다던지등의 태도는 진짜 맛집이면 감수할 수 있었음. 오늘도 몇번 전활해도 안받으시다 마지막으로 전활하는데 전활 받으시길래 먼거리지만 무적권 달려나감. 지난 두번의 경험으로 이 집을 방문하는건 뭔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우면 열리는 보물을 숨겨둔 동굴문이 잠깐 열릴때를 노려 방문하는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음. 가게 앞에 도착하니 1시 조금 전이었는데 혹시나 또 닫혀있는건 아닌가 조마조마하며 가게 안을 자세히 보니 불이 켜져있어서 휴우하며 들어감. 가게엔 점심시간이 끝날때쯤이어선지 손님은 없었고 가게 안쪽 한면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주방 안에 앉아서 아마도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시던 사장님께 메뉴는 볼 것도 없이 로스가스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음. 물을 가져다 주시거나 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보니 물은 셀프여서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자리로 돌아옴. 테이블 위엔 돈까스소스와 참깨드레싱, 허브솔트와 후추 그리고 돈까스와 같이 나올 돈까스소스를 부어서 섞어서 먹는 깨를 갈 수 있는 방망이가 놓여있음. 어느정도 기다리니 조리가 다 됐는지 사장님이 트레이에 세팅된 로스가스를 가지고 오심. 힘들게 드디어 만난 로스가스를 보는데 헉함. 적당한 사이즈의 로스가스는 적당히 잘 튀겨져 기름을 적당히 머금은 브라운빛이 아니고 오버쿡되어 빵가루튀김옷이 빠삭하게 보이고 색깔도 옅은 밀크초콜릿 빛깔이었음. 그 외에 메뉴구성은 내가 보고 싶었던 얇게 썰은 오이 두피스와 방울토마토 한개의 가니쉬와 푸짐한 양배추샐러드, 밑반찬으론 이런 돈가스집에서 흔히 보는 좀 무르면서 달달하고 좀 더 잘게 썰린 깍두기와 오복채, 락교, 달달한 맛의 단무지 그리고 흔한 맛의 미소시루로 이루어짐. 일단 로스가스의 단면을 보니 이런 가격대의 돈가스집에서 나오는 두툼함이 아닌 고급 돈카츠의 두툼함에 가까웠고 끝에는 지방부분도 보여서 성신여대 앞 제주돈카츠 이후로 제일 두툼했음. 이 집에 올때 혹시나 소금이 없을까봐 챙겨오려고 했었는데 깜박 잊고 그냥 왔는데 다행히 테이블 위엔 아까 본 허브솔트가 있어서 로스가스에 적당히 뿌리고 맛을 보니 잡내 하나없이 두툼해서 좋음. 하지만, 옅은 초콜릿 빛깔의 빵가루 튀김옷 색깔은 역시나 뭔가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서 나는 짙은 색깔이 아닌 단지 오버쿡된거여서 살짝 탄 냄새도 느껴짐. 그러다보니 고기는 잡내없이 좋았지만 촉촉하다던지 욱즙이 나온다던지 하지 않고 살짝 드라이한 느낌이었고 빵가루 튀김옷은 과하게 빠삭빠삭했음. 원래 이런식으로 튀기시는지 아니면 이번에만 실수로 그렇게 된건지 이따 계산할때 여쭤보자고 생각함. 그렇게 소금을 뿌려서도 먹고 참깨 갈은게 들어간 돈까스소스와 겨자를 적당히 묻혀 번갈아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살짝 오버쿡된거 같은데 원래 그렇게 튀기시나요 아니면 이번만 좀 오버쿡된건가요라고 웃으면서 여쭤보니 뭐하시는 분이냐고 무뚝뚝하게 물어보시길래 그냥 손님이라고 하니 아무런 대답없이 계산한 카드를 넘겨주심.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 후 가게를 나오면서 느낀건 내가 이 집 사장님과의 전화통화나 인상등에서 느꼈던대로 사장님은 자존심이 세시고 뭐랄까 약간 오타쿠의 느낌이셔서 혹시나 본인이 실수로 오버쿡하셨어도 절대 인정하시지 않을거 같았는데 역시나였음. 전체적으로 요새 유행하는 열정있는 돈카츠집 사장님들처럼 타이머를 딱 세팅하고 조리하는 요즘 느낌의 조리방식이 아니다 보니 아마도 이번에는 좀 오버쿡 되서 맛있다가 아닌 별로에 가까웠지만 전체적인 메뉴구성이나 잘 조리됐을때를 가정한 돈카츠의 퀄리티를 본다면 분명 아주 뛰어난 가성비의 돈카츠를 내놓는 가게로 소금을 뿌려먹는것도 잘 어울리는 아마도 제주돈카츠 다음으로 이 가격대에선 가성비가 뛰어난 돈카츠가 아닐까 생각되서 괜찮다로.. 근처에 왔을땐 들러볼만한데 멀리서 들르기엔 퀄리티가 들쭉날쭉할까봐 망설여지는 방문이었음.
다케
서울 관악구 대학길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