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어딜 가서 없고 혼자 집에 있다 보니 집 근처에 저녁을 먹으러 가고 싶은 곳이 있나 망플을 꺼내 보다 보니 지난번에 Kkomo님의 리뷰를 보고 가고싶다에 세이브해 둔 집 근처의 지금처럼 프리미엄 돈카츠 가게들이 유행하기 전에 가끔씩 들러서 돈카츠를 먹곤했던 카츠로우가 있는 건물의 1층에 있는 나마자케바인 스기타마가 눈에 들어옴. 술을 그다지 즐기진 않는 편이지만 이 가게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이틀에 걸쳐 야마구치산 사케 6종으로 이루어진 크리스마스 특집 6종 사케 Set를 1만원에 시음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한다고 피드에 올려놓으셨길래 이벤트 같은 것도 좋아하고 오늘 마침 혼자 있어서 맛을 보자고 집을 나와 걸어가니 집 근처라 금방 도착함. 난 맥주나 아니면 와인류를 좋아하고 소주는 냄새만 맡아도 오바이트가 나올 것 같은 체질이라 와인은 아니지만 일본의 와인 느낌인 사케, 그것도 열처리를 하지 않은 나마자케를 전문으로 한다니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음. 7시를 조금 넘어 가게 앞에 도착하니 가게가 붐빌까 했는데 내가 이런 바같은델 안 다녀봐선지 아직 이른 시간인건지 아무튼 바엔 한 명만 앉아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니 일어나셔서 이 분이 사장님이시구나 함. 자리에 앉으면서 이런덴 처음 와본다고 말씀드리니 크리스마스 특집 사케 6종 Set 이벤트를 말씀하시길래 부탁드리고 안주로는 뭔가 아지후라이(전갱이튀김)나 카키후라이(굴튀김) 같은 튀김류가 있는지 묻고 벽에 쓰여 있는 메뉴를 보니 특별히 튀김류는 보이지 않아 고민하니 윗 층에 있는 카츠로우의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고 하시길래 혹시 카츠로우 사장님 부부의 아드님이시냐고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셔서 아하 그렇구나 함. 예전이라면 좋았겠지만 요즘은 워낙 좋은 돈카츠 가게가 많은지라 굳이 카츠로우에서 주문해서 먹기보단 여기에서 준비하는 안주류를 맛보고 싶은데 사장님께선 제일 대표메뉴는 무조림인데 뭔가 고기 느낌인 걸 찾으시면 소고기 힘줄과 무를 같이 조린 규스지 니코미가 좋다고 하셔서 난 아직도 초등 입맛이 면서 공주 입맛인지라 스지같은 건 안 먹어봤지만 좀 더 어른이 되어보잔 맘에 규스지 니코미를 부탁드림. 사장님께서 창란젓과 해바라기씨같은 넛류가 섞여진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감칠맛이 좋은 꾸덕한 느낌의 안주를 먼저 내어주시고 작은 플라스틱 시음 컵 6개를 준비하시곤 냉장고에서 사케 6종을 꺼내셔서 메뉴에 써진 순서대로 와인을 따르는 식으로 따르기 시작하시는데 작은 시음컵에 넘칠듯 넘치지 않게 6종류의 사케를 한가지씩 설명을 하시면서 따르시곤 잠시 사케 라벨이 보이게 놓으셨다가 다시 냉장고에 넣으시고 규스지 니코미를 꺼내서 데운 후 앞에 놓아주심. 좀 더 깔끔한 느낌의 일반 무조림은 차갑게 먹는 걸 추천하고 규스지 니코미는 따뜻하게 먹는 걸 추천한다고 하심. 나마자케는 열처리를 안 한 사케로 쉽게 설명하면 저온처리를 한 파스퇴르 우유와 일반 우유와의 맛의 차이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해 주심. 순서대로 맛을 보니 맨 처음의 쵸요후쿠무스메 쵸카라구치 지카구미는 내가 생각하는 흔한 사케의 스탠더드한 맛이었고 두번째의 것은 끈끈한 점성이 1도 없이 화사하면서 향이 좋은데 그게 야마구치현의 주조장에서 야마다니시키란 쌀을 원료로 빚은 사케의 특징인 향이라고 설명해 주심. 앞에 놓인 규스지 니코미에 든 무조림을 먼저 맛을 보니 달달하면서 부드러워 좋은데 맛이 꼭 우리 엄마가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때 하시는 갈비찜의 맛이나 느낌과 흡사했음. 다음엔 용기를 내서 규스지를 맛을 보니 부드럽게 쫀득해서 곤약같은 걸 먹는 느낌이어서 진작부터 먹었을 걸 함. 여러 종류의 나마자케를 마시려니 중간에 물로 입도 헹구면서 다 마시는데 각각 조금씩 다른 느낌인데 첫 나마자케 경험이어선지 첫번째 나마자케만 스탠더드한 느낌이고 나머지 나마자케는 조금씩 다른 느낌이지만 같은 야마다니시키란 쌀을 이용해 빚어선지 화사한 향이란 특징은 어느 정도 다 느껴지는구나란 인상을 받음. 이번엔 좀 다른 맛의 나마자케를 맛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어떤게 좋으셨냐고 물으셔서 잘은 모르겠는데 두번째와 네번째가 좋은 느낌이라고 하니 와인을 좋아하시냐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답하니 그럼 와인 느낌의 나마자케를 맛보시라고 하면서 병도 와인 느낌인 센세이션 블랙 오리가라미란 나마자케를 컵 받침에 넘치게 따라주시면서 컵에 든 걸 마시는 것과 넓은 컵 받침에 든 걸 마시는게 다르게 느껴진다고 설명해 주심. 컵에 따른 걸 먼저 맛을 보니 사케의 향은 있지만 정말 와인의 느낌이 나서 희한하다고 생각됐고, 좋다고 말씀드리니 이 나마자케는 한정판이라 지금 병에 담긴게 다 나가면 같은 걸 다시 맛볼 순 없다고 하심. 다른 안주도 궁금해 여쭤보니 크림치즈와 슈토가 웬만한 일본의 사케바에 가면 다 있는 제일 기본이면서 인기가 있는 메뉴라면서 슈토가 술도둑이란 뜻이라고 설명해주셔서 부탁드림. 앞에 놓아주시면서 참치의 내장으로 만든 젓갈인 슈토를 젓가락으로 적당히 떠서 맛을 보고 입에서 사라지기 전에 크림치즈를 떠서 맛을 보고 역시나 입에서 다 사라지기 전에 나마자케를 마시면 감칠맛이 폭발한다고 설명해 주심. 먼저 슈토를 젓가락으로 떠서 맛을 보니 난 제주도에 가면 먹는 근고기를 찍어 먹는 멜젓의 쿰쿰함을 아주 좋아하는데 딱 그런 쿰쿰짭짤한 느낌이어서 즉시 맘에 듦. 설명 들은대로 슈토가 입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크림치즈를 입에 넣으니 역시나 꾸덕쿰쿰짭짤한 크림치즈의 맛과 절묘한 궁합이구나를 바로 느낄 수 있고 역시나 슈토와 크림치즈가 사라지기 전에 센세이션 블랙 오리가라미를 마시니 감칠맛이 입안에서 정말로 폭발하는 느낌으로 마리아쥬가 좋아 왜 인기있는 안주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짐. 규스지 니코미는 갈비찜같은 달달한 맛이어서 그냥 먹긴 맛있지만 사케와 안주 느낌으로 같이 먹기엔 쿰쿰짭짤한 크림치즈와 슈토와의 마리아쥬가 훨씬 나은 느낌임. 사장님이 사케는 돗수가 16-20도 정도라 소주보다 높아 부드럽지만 은근 돗수가 높다고 하시는데 이때쯤 아랫배가 은근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지 라이더 복장의 젊은 여자손님이 들어왔는데 단골손님인 듯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언제 이 사케바를 시작하신건지 묻자 작년 10월에 나마자케 8종류도 아니고 8병으로 시작했으니 이제 1년 2개월쯤 됐는데 지금은 종류만도 200종류가 넘는다고 하심. 나마자케뿐 아니라 사케 자체가 거의 첫 경험 느낌이어서 이 정도에서 일어나서 계산을 하니 3만원이라고 하셔서 많이 안 마시는 편이어서 많이 안 마시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있어선지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느낌이었고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어서 또 들르는거 아닌가 생각되는 기분 좋은 방문이었고 내가 나갈때 남녀손님 한 팀이 또 들어오는 걸 보면 이제부터 시작인건가 함.
스기타마
서울 강남구 삼성로147길 8 1층 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