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를 특별히 좋아해서 여러 칼국수 맛집을 다녀 본 적은 없는데 다만 칼국수라면 면발의 단면이 얇으면서 부들하거나 아니면 안동국시 같은 정갈한 느낌의 것이 좋은 정도인데 어젠가 맛되디님의 리뷰에서 본 이 가게의 칼국수가 뭔가 특별해 보였어서 들러 봄. 네이버지도를 보고 찾아가는데 신당역 근처의 The92산들바다 돈까스 가게를 지나침.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네이버지도에서 가게가 있는 것 같은 위치를 지나치면서 보니 어디가 가게인지는 잘 구분이 안 됐지만 뭔가 사람들이 줄 서 있는게 보여 그쯤인가 했고 근처에 적당히 주차를 하고 가게쪽으로 향하는데 가게 맞은편에는 여러 곱창집들이 있는데 곱창을 안 먹는데다 요즘 비가 자주 왔어선지 아직 열지 않은 가게를 지나니 뭔가 비릿한 냄새가 나서 살짝 비위가 상할까 했는데 다행히 칼국수 가게가 있는 쪽으로 가니 금방 곱창 냄새가 나지 않게 되어 다행이었음. 줄 맨 뒤에 서서 보니 가게 밖엔 어닝이 크게 쳐져 있어 간판이 잘 안 보이는 느낌이고 그 아래에선 아마도 가게 이름이 할아버지손칼국수집이니 그 할아버님의 아드님일 것 같은 남자분은 날이 더워선지 땀을 흘리시며 열심히 칼국수 반죽을 하고 계셨고 가게 입구를 통해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가게 초입엔 끓고 있는 칼국수 국물이 든 솥 외 여러 큰 솥들이 있고 메뉴가 심플한데다 금방 먹을 수 있는 칼국수다 보니 회전율은 좋아 오래 기다리지 않아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됨. 가게는 깊숙한 타입이면서 바 테이블로만 이루어져 있고 자리가 적당히 치워진 후 앉아 곱배기가 아닌 일반 사이즈의 칼국수를 부탁드리고 선불이어서 현금으로 지불하고 다시 앉으니 겉절이 느낌의 김치를 가져다 주시고 물은 셀프여서 가게 입구에 있는 그다지 깨끗해 보이진 않는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자리로 돌아옴. 가게는 에어컨이 켜있는데 커다란 팬이 제일 센 파워로 돌아가고 있어 시원하진 않더라도 덥진 않게 느껴짐. 가게를 둘러보니 동네도 연세 많으신 분들을 흔히 볼 수 있는 동네인데다 가격이 얼만지는 기억을 안 하고 왔는데 가격을 보니 3,500원으로 저렴해서 연세 많으신 손님들도 많은 편이고 가게가 깔끔하거나 한 그런 건 아니어서 위생 같은 데 신경을 쓰는 사람이면 꺼려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메뉴가 아까 비릿한 냄새가 나는 곱창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가게가 아니다 보니 난 딱히 신경 쓰이진 않음. 가게 벽엔 어렸을때 너무 재밌게 봤던 만화영화인 태권브이나 황금날개 같은 포스터가 붙어있어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임. 기다리면서 겉절이 김치를 맛을 보니 명동칼국수에서처럼 마늘이 듬뿍 들어가거나 해서 개성 뿜뿜인 맛은 아니지만 은은히 달달하면서 적당히 맛이 괜찮고 무엇보다 중국산 김치가 아닌 자가 제조 느낌 뿜뿜인 우리나라 김치 맛이어서 좋음. 조금 기다리니 드디어 칼국수가 나왔는데 뭔가 뽀얀 사골 베이스의 국물이 아닌 건 알고 왔지만 기대보단 맑은 타입의 국물이어서 혹시나 싱겁거나 해서 싫어하는 타입의 국물일까 살짝 걱정이 됨. 옆 테이블의 손님은 이모님께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 문의를 하니 다대기도 넣어 먹으면 좋다고 얘길해주시는데 난 다대기 같은 걸 넣는 걸 싫어해서 그냥 먹기로 함. 젓가락으로 집으니 여러 망플러님들의 언급에서처럼 반죽에 옥수수전분이 들어가선지 매끈하면서도 투명감이 느껴져 새로운 느낌이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단면이 얇으면서도 부들한 타입이어서 일단 맘에 들었는데 다만 충분히 길지 않고 비교적 짧게 뚝뚝 끊겨 있는 건 살짝 아쉬운 느낌인데 옥수수전분이 들어간 면의 특성인지 아니면 아까 보니 반죽 후 잘라 놓은 칼국수를 어느 정도 냉장숙성보관 후 끓여서 내어주시는 것 같았는데 그래선지 냉장보관한 면을 푸는 과정에서 끊기는 건지는 모르겠음. 맛을 보니 면은 비쥬얼에서 느껴지는 데로 매끈하면서 가볍게 부들해서 좋고 맛되디님은 국물은 평범하다고 하셨는데 난 많은 칼국수를 맛보지 못해선지 적당히 짭짤한 간에 멸치 육수도 좋은 느낌으로 쿰쿰해서 아주 색다르진 않더라도 최소한 다른데서 맛봤었던 멸치국물과는 차별화되는 이 가게만의 오리지널 느낌의 국물이어서 좋아 맑아보이는 국물에서 혹시나 실망할까 했던 걱정이 단번에 사라짐. 다른 가게도 들러볼까 했었어서 곱배기를 안 주문했었는데 다 먹고 나니 적당히 배가 불러 난 보통 사이즈로도 적당히 느껴짐. 전체적으로 뭔가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칼국수 느낌이어서 들러봤는데 매끈한 질감에 반죽에 옥수수전분이 들어가 투명감이 느껴지고 단면이 얇아 부들하게 느껴지는 국수나 멸치국물이지만 그동안 맛봤던 멸치국물과 조금 다른 좋은 느낌의 쿰쿰함이 느껴졌어서 이 가게의 오리지널 느낌 뿜뿜인 손칼국수여서 좋았던 방문이었고 특히나 추울때 들러서 맛보면 더 좋을 것 같이 느껴졌고 재방문의사 있음.
할아버지 손 칼국수
서울 중구 마장로9길 3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