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ethanghymn

추천해요

3년

내가 좋아하는 일본 느낌의 양식당 메뉴를 내놓는 가게인 신당동 판치야가 신당동에서 집 근처로 이전을 했다고 해서 들러보려고 가고싶다에 세이브해뒀다가 오늘 점심에 집 근처에서 볼일을 보고 들러봄. 가게는 노란상소갈비에서 가까운 좀 더 안쪽 골목에 위치해 있었고 이번주 촌가 오픈한 걸로 아는데 인스타에 올리신 피드에 점심오픈시간이라고 하신 1시 조금 전에 도착하니 아무래도 외진 위치에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선지 내가 첫 손님이었고 나를 알아보시는 사장님의 편한 자리에 앉으시라는 안내에 2인 테이블에 앉아 QR코드 체크인과 체온 체크 후 건네주신 메뉴를 스캔함. 뭔가 좀 더 다양할 줄 알았는데 좀 더 다양한 메뉴는 와인바 같은 데서처럼 안주 느낌으로 내놓으셔서 볼륨감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시고 따로 있는 점심메뉴는 이미 맛본 로스트비프 보울과 스테이크 보울 두 가지 뿐이어서 뭘 다시 맛봐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는데 사장님이 주방에 계신 셰프겸 여사장님과 상의를 하시더니 인스타에서 상태가 좋다고 하신 이베리코 프렌치렉의 포크소테를 밥을 곁들여 제공해 주실 수 있다고 하셔서 부탁드림. 맥주에 대한 피드도 자주 올리시는데 극찬을 하신 레어템이라는 크래프트 브로스 LIFE IPA도 궁금해 문의를 하니 도수도 높고 시트러스한 맛이 좋은 맥주라고 하셔서 역시 부탁드림. 인스타에서 봤던 LIFE IPA를 따서 잔에 따르니 맑은 색이 아닌 소위 클라우디한 느낌이면서 호박색의 색깔이 나름 좋아보임.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며 한 입 맛을 보니 도수가 높은 게 느껴지고 IPA맥주들에서 흔히 경험하는 맛 중 하나인 시트러스한 맛과 향이 좋아 좀 더 대중적인 버전인 제주 위트 에일의 고급 버전 느낌인데 클라우디한 색깔처럼 맛에서도 클라우디함이 느껴지고 좋은데 그렇다고 눈이 번쩍 떠지는 그런 정도는 아니었음. 조금 기다려 포크소테와 밥 한 공기 그리고 딱히 필요친 않지만 할라피뇨가 밑반찬 느낌으로 나옴. 말씀하신대로 포크소테는 볼륨감은 살짝 아쉬운 느낌인데 흔한 프리미엄 돈카츠와 비슷한 정도의 사이즈이고 아마도 드미글라스 소스로 보이는 묽은 소스가 살짝 끼얹어져 있고 머스터드가 곁들여짐. 가니쉬 느낌으로 명란이 살짝 들어간 피클 느낌의 제철 당근의 달달함이 뿜뿜이었던 당근라페와 약간의 샐러드 그리고 잘 구워져 좋았던 구운 마늘이 곁들여짐. 얇게 썰린 포크소테를 포크로 찍어 맛을 보니 흔한 좋은 고기에서 경험하는 잡내 1도 없이 깨끗한 맛과 이베리코 특유의 항정살 비슷한 식감이 나름 좋아 미소가 지어짐. 쉽게 생각하면 프리미엄 돈카츠의 원육을 튀김옷 없이 가볍게 팬에서 구운 느낌임. 내가 맛봤던 함박 스테이크 중에 제일 맘에 들었던 게 여기 판치야의 것이었는데 메뉴에 보이질 않아 포크소테를 맛있게 먹는 중에 셰프이신 여사장님께 문의를 하니 우리나라에선 소스의 맛이 달달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선지 어렵다고 하셔서 속으로 역시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하고 소뼈 풍미 뿜뿜이면서 달달하지 않은 진짜 드미글라스 소스가 끼얹어진 함박 스테이크를 이젠 맛보지 못하는 게 아쉬워 깊은 안타까움의 한숨이 나옴. 포크소테가 특별하게 맛있는 느낌이기보단 좋은 돼지 등심을 돈카츠가 아닌 서양식으로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좋은 느낌임. 맛있게 포크소테와 맥주를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가겔 나옴. 전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을 내놓아서 좋아했던 가게인 신당동 판치야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와서 어떻게 바꼈는지 궁금해서 들러봤는데 술을 그다지 즐기진 않는 내 입장에선 와인바 느낌으로 바뀐 게 반갑진 않지만 대신에 집에서 가까워져 이런 메뉴들을 좋아하는 나는 좀 더 쉽게 맛볼 수 있는 게 좋고 내 타입의 맛이어서 역시나 맛있다로..

판치야

서울 강남구 학동로53길 29 1층 대림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