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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4년

어제 Chanwook Lee님의 리뷰에서 보고 즐기는 건 아니지만 동태탕이라면 나도 좋아하는 메뉴라 궁금해 가고싶다에 세이브함. 지금은 어렸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져서 비록 일본 라멘류에 한정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국물에 든 소고기가 아닌 차슈 같은 돼지고기도 먹고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하는데 어려서부터 워낙 가리는 게 많아선지 아직도 우리나라 음식 중에 못 먹는 게 천지삐까리임. 요즘 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져선지 외국인 중에도 나도 못 먹는 메뉴를 먹거나 심지어 즐기기도 하길래 나도 좀 더 용기를 내서 나한텐 혐오의 느낌인 선지국이나 순대국 같은 거에도 도전을 해 봐야하는 거 아닌지 은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동태탕이라면 고기가 아닌 생선이어서 나도 좋아하는 메뉴라 못 먹는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리벤지 느낌으로 들러서 맛보기로 함. 가게가 위치한 청계천 주변에 다가가니 어제 권오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저것 신기한 게 많아 뭔가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어서 진짜로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임.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니 다른 동태탕 가게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턴을 해 광주식당이 어디있나 살피면서 가는데 오른쪽에 뭔가 밥을 먹고 계신 손님들이 있는 공간이 있고 딱히 광주식당은 보이지 않아 잠시 두리번 거렸는데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밥을 먹고 계신 손님들이 있는 공간 맞은편에 광주식당이 보임. 광주식당은 주방으로만 되어 있고 골목을 사이에 두고 가게 맞은편에 먹는 공간이 따로 있는 구조였음. 먹는 공간 안쪽 벽을 따라 카운터석이 있고 가운데엔 파란 플라스틱 테이블이 몇개 놓여있고 길가에 놓인 파란색 플라스틱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치신 중년분이 일어나신 후 그 자리에 앉아 메뉴는 동태탕 단일 메뉴라 한 개를 주문함. 골목길에 걸쳐진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으니 개방감이 좋아 을지로 노가리 골목 느낌도 나고 조금 기다려 손이 빠른 젊은 이모님이 공기밥이 포함된 동태탕 1인분을 가져다 주시고 카드도 결제가 되는데 다들 현금 결제를 하길래 나도 현금으로 결제를 하고 동태탕에 밥을 넣어서 말아 먹는 건가요라고 여쭤보니 그렇게 드셔도 된다고 하시는데 둘러보니 거의 다들 따로 들고 계셔서 밥을 마는 게 흔한 방식은 아니구나 하고 나도 밥을 말지 않기로 함. 동태탕은 스테인리스 스틸 대접에 담겨져 나왔는데 커다란 두부 한 모와 길쭉하게 썰린 은은하게 달달했던 무 여러개 그리고 제법 볼륨감이 좋은 동태 두 피스가 들어있고 밑반찬으로는 짭짤했던 김치와 무생채 그리고 특별히 맛있거나 하진 않았던 콩자반으로 이루어짐. 난 한식을 별로 즐기지 않아선지 우리나라 흔한 반찬인데도 뭔가 덜 익숙하게 느껴짐. 먼저 동태탕 국물을 수저로 떠서 맛을 보니 첨엔 기대보다 조금 더 칼칼한 느낌이었는데 곧 익숙해졌고 민물새우가 들어가 시원칼칼해서 아, 시원하다 소리가 절로 나옴. 두부를 좋아하는데 젓가락으로 적당히 잘라 맛을 보니 시장에서 파는 덜 부드럽고 은은한 시큼함이 느껴지는 거여서 기대보단 살짝 덜 좋은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두부는 늘 좋음. 다음으로 메인인 동태를 젓가락으로 쉽게 가시를 바른 후 큼직한 덩어리를 맛을 보니 볼륨감이 좋은 동태살이 첨엔 좋은가 했는데 뒤에서 깨끗한 동태살 맛이 아닌 은은한 짭짤함이 느껴져 동태탕 국물이 짭짤한 건 좋지만 동태살이 은은하게라도 짭짤한 건 기대했던 게 아니어서 살짝 덜 좋게 느껴짐. 밑반찬들은 하나 같이 딱히 맛이 좋거나 하진 않아 미역줄기무침이나 고춧가루가 들어간 오뎅볶음 같은 게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메인이 좋으면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아 맛만 보는 정도로만 하고 패스함. 밥은 리필도 되는 것 같았는데 밥 한 공기를 비우고 동태탕 국물로 시원하게 마무리를 하고 싶어 리필은 부탁드리지 않고 제일 좋았던 시원한 국물을 마시고 마무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남. 가게를 지나 더 골목 안쪽을 보니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의 터널 느낌으로 안쪽으로 가면 다른 세상이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어서 궁금했지만 참음. 전체적으로 못 먹는 우리나라 메뉴가 많아 좋아하는 동태탕을 리벤지 느낌으로 맛봤는데 동태살이 은은히 짭짤하거나 반찬들이 덜 맛있는 건 아쉬웠지만 민물새우가 들어가 시원한 국물이 좋고 동태의 볼륨감이나 가격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워 맛있다로..

광주식당

서울 종로구 지봉로2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