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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3년

이 가겐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다니던 돼지갈비집이었는데 수 년 전인가 가게를 닫는다고 해서 이제 돼지갈비를 먹으러 어디로 가야하나 망연자실했었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 곧 다시 열 거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었는데 좀처럼 재오픈 얘기가 들리지 않아 대체할만한 돼지갈비집을 찾다가 마포집 조카분이 해서 마포집과 비슷한 맛이라고 해서 찾았던 송파의 매봉집은 어느 정도 비슷하긴 했지만 재방문을 하고픈 정도는 아니었었고 그 때 썼었던 매봉집 리뷰에 어느 분이 댓글로 여기 마포집이 재오픈을 안 하기로 결정됐다고 들었다고 하셨어서 크게 실망을 하고 그렇게 마포집을 기억에서 지웠던 기억이 있음. 그래선지 며칠 전인가 YennaPPa님의 리뷰에서 여기 마포집을 보고 추억의 그 마포집인지 두 눈을 의심했음. 여기 마포집은 전형적인 옛날 맛집 느낌으로 가게 안엔 손이 빠른 이모님들이 그리고 가게 밖엔 쉴새없이 오는 손님들의 차량을 근처 주차장으로 안내해주시던 주차안내 아저씨들이 계셨고 가게 오픈시간에 맞춰 가지 않고 좀만 늦게 가면 가게 밖에서 수십분을 대기하는 건 당연한 거였음. 밑반찬으로 나오는 배추겉절이는 달지도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느낌으로 질척하지 않고 가볍게 무쳐져서 리필을 최소 세네 번 정도는 하는 게 기본이었고 동치미 국물도 달지 않으면서 시큼시원해서 맛있었는데다 메인인 돼지갈비는 꿀에 재운 듯 달달함이 좋아 중독성이 있어 계속 재방문하게 되는 맛집이었음. 어떻게 재오픈했는지 궁금해 빨리 들르고 싶었고 전화를 해보니 설연휴 전 오늘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하셔서 5인 이상 모임은 불가해서 어린가족인원들은 집에 두고 오는 길에 교촌치킨을 사다주기로 하고 이 집을 좋아하셨던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로 함. 오늘 집에만 있었어서 걷고 싶어 네이버지도를 보니 걸어서 대략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난 걸어서 가기로 하고 가족인원에겐 부모님댁에 들러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함. 먼저 도착해서 가게 앞에 서니 예전 그 자리가 맞아 가슴이 설레이는데 아무래도 건물이 새 건물이어선지 예전의 노포맛집 바이브는 안 느껴졌지만 그래도 익숙한 마포집 돼지가족 로고가 그 때 그 마포집이 맞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건물에 주차타워가 설치되어 있어선지 가게의 규모가 예전의 반 정도 밖에 안 되는 느낌이고 이젠 전 좌석이 테이블석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도 노포바이브의 느낌이 안 느껴져 아쉽게 느껴짐. 자리를 안내받아 앉아 가족인원이 곧 도착하는 걸 확인 후 실제론 돼지갈비 부위 뿐이 아닌 목살 같은 다른 부위도 섞여있어 손님들의 컴플레인이 있었어서 이름이 돼지갈비에서 바뀐 돼지구이를 주문하니 곧 밑반찬들과 숯불, 불판이 준비되는데 그리웠던 배추겉절이나 동치미국물 등이 나와 두근거리기 시작함. 돼지구이도 나와서 불판 위에 올리고 동치미 국물을 마셔보니 달달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산미가 좋은 시원한 맛에 미소가 지어지고 배추겉절이도 맛을 보니 예전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가볍게 무쳐져 좋아 그 때 그 집 맞네하며 미소가 지어짐. 겨자의 은은한 향이 느껴지는 소스에 채 썬 부추와 양배추가 들어간 것도 예전 맛과 살짝은 다른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전 그 느낌임. 곧 가족이 도착했고 여기 돼지구이는 잘 뒤집어 주지 않으면 양념 때문에 금방 타서 자주 뒤집어 주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타서 가위로 과하게 탄 부분은 자르면서 맛을 보니 꿀에 재운 것 같은 달달함이 이 가게만의 옛날 그 맛 그대로여서 다시 한 번 미소가 지어짐. 엄마도 이 집 배추겉절이를 좋아하시는데 맛을 보시더니 예전엔 배추로 겉절이를 내놔서 더 맛있었는데 지금은 제철이 아닌 건지 아니면 가격 때문인지 배추가 아닌 하루나로 겉절이를 무친 거여서 배추만큼 맛있진 않다고 하셔서 나중에 하루나가 뭔지 검색을 해보니 유채란 나물의 충청도 사투리였음. 이젠 망플을 하다보니 좀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되서 요즘 기준으론 최근에 인기를 끄는 고기맛집들처럼 고퀄의 고기를 쓴다던지 하는 건 아니어서 옛날만큼의 맛집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족의 추억의 돼지갈비집이어서 여전히 맛있음. 적당히 배불리 먹고 예전에 비빔냉면도 나름 맛있게 먹었었던 게 기억이 나 비빔냉면도 주문해 맛을 봤는데 예전만큼 갈비맛집의 비빔냉면 맛으론 안 느껴져 앞으론 꼭 비빔냉면을 주문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음. 계산을 하면서 언제 재오픈을 한 건지 여쭈니 2년 정도 됐다고 하심. 전체적으로 우리가족이 가던 유일한 돼지갈비집이었던 마포집이 다시 오픈한 걸 알게 되어 반가워 진짜 오랜만에 들러봤는데 가게 분위기나 규모, 밑반찬의 맛이 예전과 정확히 같은 느낌은 아니더라도 거의 비슷하고 예전에 후식으로 나왔었던 시원한 식혜가 사라진 건 아쉽지만 무엇보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돼지구이의 맛은 예전 그 맛 그대로여서 여전히 좋아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재방문할 것 같은 기분 좋고 추억 돋는 방문이었음.

마포집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27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