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거주 친구들과 서울에서의 저녁 모임 지방에 사는 친구들과 서울에서의 저녁 모임은 차시간이 정해져 있어 늘 아쉽다. 한 시간도 아쉬운데 교통까지 막히면 미리 일찍 일어나야 해서 충분한 식사도, 속깊은 정담도 나누기 어렵다. 늘 미안하다. 서울역 주변은 식당이 변변찮고 고속터미날 주변은 식당이 꽤 많다. 그 중 고터와 지척인 식당 중 애용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인테리어가 신선했으나 이젠 익숙해져 편안하다. 코시국에 방들이 많아 모임에 적합한 곳. 모임의 격식에 따라 다르지만 단품으로 몇개 고를거냐, 아니면 코스를 할거냐 언제나 고민. 코스는 양이 많고 가격 좋으나 꼭 맛없는 몇 개가 끼어 있고, 맛난 것들만 골라 먹자니 예산이 더들고 음식이 부족할 것 같은 근심. 더욱이 그 식당 음식을 잘 모른다면. 그래서 언제나 해답은 돈 내는 친구가 정한다다. 시그니쳐코스 앞에 이 집 시그니쳐 전채인 케이지를 추가했다.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뜻. 케이지 구성이 예전만 못하다. 닭고기, 게살, 찐전복과 새우살 춘권. 이인용으로 양은 꽤 된다. 시그니쳐 코스도 트러플, 게살, 새우춘권 플레이트로 시작하니 전채만 먹고도 배가 부른다. 기름진 튀김음식을 연달아 먹었으니. 그러니 프로세코와 백포도주가 술술. 활전복 연두부찜은 뜨겁지도 차지도 않게 미지근하다. 가져오는 동안에 식은 듯하다. 젤리같이 소스가 뭉쳐졌다. 민트슈림프. 두꺼운 튀김옷을 입은 새우튀김 두 개가 차갑게 애플민트와 라임소스를 뒤집어쓰고 누워있다. 맛난 재료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상큼한게 아니라 앙큼하다. 동파육번. 큼직한 바오안에 동파육 달랑 한조각. 고수가 신선할리는 없고 양도 작고. 고수 추가로 주문하려 했으나 고수 못드시는 고수가 계셔서 다 빼앗아 먹음. 스파이시갈릭비프. 부드러운 육질고기에 적절히 매콤한 소스. 이건 괜찮네. 블랙빈소스의 메로찜. 이것도 좋았다. 따뜻하고. 결국 온도감인가. 차면 다 맛없는 중식. 트러플볶음밥이나 비프탕면도 무난했다. 맛깔난 중식이라기 보다, 가성비 괜찮은, 약간 격식이 있는 식사모임으로 (지방 거주 친구들이 있다면 배려한 시간이 제일 맛있는) 고려할만 하다. 단 중식러버, 중식고수, 중식홀릭이 있다면 반드시 피할 것.
모던눌랑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205 파미에 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