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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추천해요
3년

국물 요리 없는 깔끔한 우리나라 주점 이자카야 같은 일본식 선술집이 흔해진 요즈음 한식을 주로 하는 한국 주점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매우 반가운 일이 되었다. Korean Gastro Pub 미주류. 테이블 6개의 조그마한 펍. 식탁마다 candle light 를 놓아 준다. 기본찬으로 오징어젓갈, 깍뚝 썬 당근오이, 도토리묵이 나온다. 안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이것 만으로도 심심치 않다. 홍두깨살을 잘 다져 채 썬 배와 버무려 파와 깨를 뿌린 육회가 대표 메뉴. 김에 육회를 올리고 오이, 배, 무순과 고추냉이를 얹어 싸 먹는다. 양념이 강하지 않다. 김이 soggy 한게 흠이다. 하긴 단단한 일본김을 쓰면 좋겠지만 그러면 한식이 아니지. 차라리 감태가 나을 듯. 청어알을 양념하여 버무린 청어알 다짐을 오이, 두부와 함께 김에 싸서 먹는 요리도 육회와 패턴이 비슷한 간단한 안주다. 짜거나 비리지 않은 청어알 특유의 톡톡 터지는 식감을 즐기는 요리. 감자를 곱게 갈지 않고 얇게 채를 썰어 크고 둥글게 전으로 부치고 모짜렐라를 가운데에, 둘레에는 파마산치즈를 얇게 입힌 피자 같은 감자전. 바깥으로 갈수록 누룽지 같이 빠삭한 느낌이 있고 원중심으로 올수록 피자 도우 같은 식감이다. 재미있는 감자전. 간장에도 꿀에도 좋은 조합을 이룬다. 곤드레나물과 김치를 다진 소 두 가지를 각각 넣어 부친 메밀 전병. 바로 부쳐 내어 따듯하게 즐길 수 있다. 마늘쫑 짱아찌가 찬으로 딸려 나온다. 식사가 될 정도로 양이 많다. 직접 발품을 팔아 전국에서 수집하여 구성한 우리나라 술의 라인업이 독창적. 가벼운 막걸리부터 증류 소주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 집이 한국주점임을 확실히 각인 시켜 준다. 한국의 멋이다. 전체적인 안주가 부담이 없으면서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보통의 한국 주점의 부글부글 끓이거나 지글지글 굽거나, 시뻘건 국물 있는 식상하고 뻔한 한식 요리가 하나도 없는 게 참 마음에 든다. 셋이 안주 넷에 술 세 병을 마셔도 채 십만원이 나오지 않는다. 비주류가 아니라 한식 주점의 주류가 되도록 오래 오래 업력을 이어가기를 소망한다.

미주류

서울 광진구 면목로 3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