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위의 surf and turf. 미국과 캐나다, 호주 같은 영연방에서 해산물과 육류를 동시에 메인으로 내는 요리를 surf and turf라 한다. 해산물 중에는 바닷가재 꼬리 혹은 통바닷가재 혹은 대하, 육류는 소의 안심 스테이크가 가장 많은 콤비네이션. 서양인들의 입맛에 해물 중의 최고인 바닷가재와 육류 중의 최고인 안심스테이크의 조합이니 그들은 이 surf ‘n’ turf를 최고의 미식 중 하나로 꼽는다. 그러나 아무리 맛난 요리도 한 접시에 요리되어 나오면 한 쪽은 식어서 최상의 맛을 잃게 된다. 여기에 그 보완 방법이 있으니 맛난 해물과 고기를 순차적으로 구워 맛보는 철판구이다. 오래전에 유행하다 요즈음은 좀 인기가 수그러든 철판구이. 신선한 재료를 양념을 절제하며, 눈 앞에서 익혀 바로바로 먹는 그릴 오마카세는 여전히 매력이 있다. 뜨거운 철판에 순올리브유를 두르고 숙주, 단호박, 표고, 양파 등의 야채를 소금과 후추로 간하여 익혀, 간장타래소스와 참깨미소와사비소스에 찍어 입맛을 돋운다. 해물은 가리비관자, 활전복, 메로, 대하를 소금간으로 구워 매운야채소스에 찍어 먹는다. 뭐든지 첫점은 소금간만한 대로 재료의 신선함을 최대한 느껴보는 것이 즐거움을 배가하는 요령이다. 대부분 이 소금간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스가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칠수도 있다. 메인인 캐나다산 활랍스터. 2인 500gr, 3인은 750gr. 합하니 5인에 세마리를 산 채로 가져와 보여준 다음 조리를 해 준다. 철판에 굽는 도중 얼음을 넣고 뚜껑을 덮어 찜의 형태를 더하기도 하고,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혀 불향을 입히기도 한다. 쪄먹는 랍스터도 좋지만 역시 랍스터도 구워 먹는 것이 제일이다. 큼직한 집게살과 몸통살이 아삭아삭 쫄깃쫄깃 육즙을 내면서 와인을 부른다. 가져온 네비올로, 산지오베제, 뗌쁘라니요가 순삭이다. 정읍산 미경산한우의 안심은 부드럽다. 척추와 골반을 잇는 대요근, 지방이 없는 근육 중에 최고로 부드러운 부분. 미디엄래어로 구워내 와사비나 굵은 소금을 찍어 먹으면 알코올 도수 16도의 아마로네가 오히려 약해진다. 이 베네토의 아마로네는 꼬르비노네, 꼬르비나, 론디넬라의 환상적 조합. 16도인데도 달디 달다. 얼마나 좋은 말린 포도로 만들었길래. 최고의 surf and turf 철판구이의 마무리는 아무리 배불러도 볶음밥이다. 볶은밥은 고슬고슬하게 물기나 찰기 없이 볶아 제대로다. 밥알이 알알이 입속에서 서서 돌아다니는. 고베에서는 스시를, 말레이시아에서는 타투잉을 했다는 최쉐프는 과연 그의 말대로 자기 왼팔에 자기가 타투를 했다고 한다. 식칼을 두 자루나 그려 놓았다. 입담도 좋고 재미있는, 기골이 장대한 엔터테이너. 좌중을 휘어 잡았다. 음식의 서빙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유일한 흠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틈이 없었다. 식사를 오래 즐기려면 좀 늦춰서 천천히 조리해 달라고 꼭 이야기 해야 한다.
애나의 정원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1로369번길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