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우리나라 술의 어울림 와인이 점점 더 보편적이되고 여러 음식과 어울려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늘어남은 반가운 일이다. 한식도 와인과 잘 어울리지만 역시 한식에는 우리나라 술이 제일 잘 어울린다. 그런 의미에서 한식을 여러 가지로 해석해 우리나라 술과 마리아주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늘고 있음은 식객의 한 사람으로 참 기쁜 일이다. 압구정로데오에 59,000원 한식 코스내는 식당이 생겼다. 한식 철판요리라지만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식 안주거리를 낸다. 음식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전채인 입맛돋움, 철판, 그리고 고기구이요리를 철판메인으로 낸다. 작은 주안상 같은 소반에 한꺼번에 내는 입맛돋움에는 게살성게소 타파스, 감태에 싼 육회, 제철생선회 몇 점이 오른다. 소반이나 디너웨어들의 질감과 색깔은 고전적이다. 장독색깔보다 짙은 고동색. 그래서 편안한 감을 준다. 겨울이라 굴을 추가하려 했더니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 주문 불가. 여기에는 청주를 권한다. 쉐프가 권한 밝은 바당. 제주에서 만든 청주. 산미가 특징인데 이 상큼함이 입맛돋움 요리들과 참 잘 어울린다. 철판 섹션에는 트러플 얹은 달걀말이, 새우구이 두 마리, 만두처럼 부친 가리비전, 김조림을 곁들인 감자전, 그리고 메인으로 넘어가기 전 입가심용 청어알 비빔국수를 낸다. 딸리아텔레 같은. 철판섹션이라기 보다 부침개, 지짐, 기름에 지진 섹션이다. 여기엔 당연히 막걸리가 첫 손에 꼽히나 가능한 한 많은 요리를 맛보기 위해 전복전도 추가하였으므로 청주로 페어링. 김포예주를 청했다. 밝은 바당보다는 감미가 더 들어간 부드러움. 잔도 큼직하게 멋지다. 여럿이 가면 김포예주의 가성비가 청주 중 최고다. 철판 메인은 고추장구이 반, 이베리코 반 주문하고 한우 150g 을 추가. 여기는 역시 강력하고 깔끔한 증류주가 정답. 예산사과로 만든 40도 추사40. 오크통에서 숙성하여 향이 좋고 꼬냑보다 더 부드럽다. 쉐프가 추천한 삼해소주. 45도. 40도보다 더 뒷맛이 깔끔하다. 웬만한 위스키보다 더 훌륭하다. 마지막은 문경사과로 만들어 백자에서 숙성한 문경바람 백자. 모두 다 언더락 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즐긴다. 우리나라 증류주는 이제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문배주나 안동소주만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맛있고 훌륭한 작품들이 참 많다. 문경바람은 하우스에서 디저트로 나온 샤베트에 몇 방울 뿌려준다. 구들은 내가 가 본 우리나라 음식과 우리나라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당 중 참 멋진 곳 중 하나다. 접근이 쉽지 않은 화인다이닝 한식 보다 훨씬 더 많이 대중의 사랑을, 특히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을 듯하다. 화강암을 두른 디귿자 오픈 주방, 한식에 잘 어울리는 디너웨어, 홀에서 손님을 맞는 뱅앤올룹슨 다 묘하게 잘 어울린다. 코스 음식은 자주 변하지 않는다 하니 다음엔 5종류의 페어링을 맛보러 가고 싶다. 엊저녁 아재들과도 마리아주가 좋았으니.
구들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26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