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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짬뽕 짬뽕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소울 푸드다. 한 그릇으로 한국사람의 식성을 짬뽕보다 잘 표현한 음식은 없다. 짬뽕은 뻘겋다. 우리나라 음식 대부분 고춧가루, 고추장으로 뻘겋다. 그리고 짬뽕은 대부분의 한국음식처럼 매콤하고 칼칼하다. 얼큰한 국물 그게 한국음식이다. 우리나라 식탁은 삼시세끼 야채가 풍성하다. 짬뽕에도 갖은 야채가 수북하게 들어있다. 또 짬뽕에는 온갖 해물이 들어가 있다. 해물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사시사철 다양하게 좋아하는 국민이 세상에 또 어디 있으리. 일인당 생선 소비 1위 나라 답다. 그래서 나는 짜장면보다 짬뽕이 훨씬 더 한국을 잘 표현한 음식이라 생각한다. 짬뽕의 야채는 센 불에 빠르게 볶아 숨이 살아 있어야 하고, 불맛이 점잖게 나야하며, 신선한 해물을 다양하게 맛 볼 수 있어야 한다. 국물은 은근히 칼칼하고, 면은 가늘고 탄력있어야 한다. 순전히 내 개인적 ‘맛있는 짬뽕’의 기준이다. 맛있는 짬뽕을 대하면 난 언제나 표가 난다. 숨길 수가 없다. 정신없이 면을 빨아 땡겼다 놓았다 하고, 국물을 들이키다 놓았다 하면 넥타이나 와이셔츠에 꼭 국물이 튄다. 국물이 튀지 않으면 맛있는 짬뽕이 아니다. 짬뽕 국물 자국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집에 가면 혼나니까 다음엔 조심해 앞치마를 두른다. 근데 앞치마 하는 날은 꼭 소매에 튄다. 앞과 소매가 깨끗한 날 등에 튄 적도 있다. 바로 지워야 하므로 주방세제 필수다. 홍연의 짬뽕은 우아하다. 맵지도 않고 칼칼하지도 않다. 전혀 매운기는 없다. 색깔은 진주홍으로 곱디 곱지만. 불맛도 안난다. 신선한 해물과 야채만 맛날 뿐이다. 참 얌전하다 못해 담백한 짬뽕이다. 담백한 짬뽕은 칭찬이 아니다. 이건 소개팅이나 상견례용 짬뽕이다. 난 좀 야수 같은 짬뽕이 먹고 싶다. 나는 내 코와 미각을 훅 치고 들어와 크으 소리 나게 만드는 그런 짬뽕이 좋다. 점심 모임을 마치며 동료들에게 ‘이 호텔 짬뽕이 왜 이러냐’ 그랬더니. 내 친구 왈 ‘임마! 앞에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그래 !’ 와이셔츠가 깨끗한 짬뽕이었다.

홍연

서울 중구 소공로 106 웨스틴 조선호텔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