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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추천해요
2년

음식과 식당의 분위기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음식은 미각을 담당하는 세 뇌신경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음식의 맛은 종합적인 느낌의 결과로, 미각담당 신경 외에 후신경, 청신경, 시신경을 통해 얻는 정보와 식당의 분위기, 접객 등, 많은 음식외적 요소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맛있고 귀한 음식이라도 배달통에 들려 흰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오면, 음식의 맛이 형편없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녹사평 언덕 제일 높은 곳에 앉아 이태원과 한남동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확 트인 전망의 테라스. 식당 바로 아래가 큰 길이지만 인도가 없고 큰 은행나무가 적당히 가려주는 자연스러운 공간감이 돋보이는 곳이다. 언덕 위의 자신감과 자존감.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진녹색 파라솔 밑의 테이블. 밖의 장점과 안의 장점을 동시에 갖추었다. 이 멋진 공간에 어울리는 음식이 멕시칸 말고 또 있을까. 정말 잘 어울린다. 신선한 바람과 은행나뭇잎 사이로 빛나는 햇살같이 입맛을 확 돌게 하는 고수와 양파, 과카몰리, 진한 토마토 소스, 매콤한 할라피뇨—- 그리고 생맥주. 이 언덕 멋진 자리에는 격식차린 스테이크도, 비싼 스시도, 국물 넘치는 한식도, 연기 지글지글 나는 고깃집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꼭 멕시칸이어야만 하는 자리다. 둘러앉아 나쵸를 우적우적 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피아식별이 어렵게 된다. 다 무장해제 되는 곳이다. 부리도든, 퀘사디아든, 타코든 맛이 없을 수 없다. (반드시 테라스 자리에 앉아야 하는 이유다). 식어도 맛있는 멕시코 요리 오리지날과 가까우면 어떻고 좀 멀면 어떠리.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이 집에서는 식탁에 둘러 앉은 일행과의 대화보다 맛있지는 않다. 공간이 너무 멋지기 때문에 음식이 큰 손해를 보는 곳이다. 맥주와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모임장소를 고민 끝에 고른 제자의 안목이 놀랍다. (고맙게도 사진 속의 음식 이름을 일일이 달아 보내 주었다.) 식탁의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었을 때, 새로 취임한 대통령의 첫날 퇴근길을 식탁 자리, 바로 코앞에서 내려다 보게 되었다. 긴 휘슬소리와 함께. 언덕위의 우리 일행이 마치 대통령을 사열한 셈이 되었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큰 업적을 남기기를.’ 일행 모두 새 리더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 대통령의 용산에서 한남동 퇴근길을 매일 저녁 직관하게 되는 게 이 식당의 새롭고도 중요한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제일 안 쪽의 테라스 자리, 피크닉 테이블이 압권이다.

코레아노스 키친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길 4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