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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성수동의 닭꼬치집 얼굴없는 가수처럼 간판없는 식당. 간판은 없는 게 아니라 식당 간판이 없다. 문 열고 들어가면 밀링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조그만 공간에 다찌 10석을 두르고 야끼도리를 판다. 이전 작은 철공소 같은 간판과 건물을 그대로 쓰는 성수동의 감성이다. 아타리는 주변, 근처라는 뜻도 있고, 명중이란 뜻도 있고, 촉감이라는 뜻도 있어 중의적인 의미로 이름을 잘 골랐다. 고노아타리 이 근방. 바둑의 아다리 등. 코슌과 계류관을 거친 쉐프가 중앙시장에서 20호 내외 닭을 가져와 야끼도리 코스를 낸다. 닭간 빠떼, 감자사라다, 닭소고기 무웃국밥 등을 코스에 섞는 게 그 경력의 흔적이다. 장각과 드럼스틱을 처음 디쉬로 낸다. 장각은 시오, 북채는 타래. 두툼한 닭다리를 껍질이 타지 않게 골고루 익히는 일은 보기보다 쉽지 않다. 야끼도리의 각 부위의 껍질 두께와 살의 분량이 제각기 다 다르기 때문에 닭꼬치 하나 잘 굽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불가에서 떠나지 못하고 한눈 팔지 못한다. 세상에 보는 것과 하는 것이 같은 일은 하나도 없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안심과 목살을 내고는 갓절임을 내어 입을 씻어준다. 목살은 껍질과 살부분의 식감이 좋아 내가 제일 선호하는 부위다. 씹는 감촉이 일품이니까. 야끼도리의 양념은 타래가 거의 대부분으로 달달해서 질리는게 흠이다. 일본음식은 타래로 인하여 지나치게 달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오를 좋아하게 된다. 양념보다는 후라이드치킨이, 고추장구이보다는 소금구이 장어가 더 좋아지듯이. 인생도 화려한 치장이나 군더더기 없는 솔직담백한 삶이, 단순한 삶과 생각이, 미니멀 디자인이 더 좋아진다. 어깨살과 연골 난고츠를 내고는 감자사라다를 낸다. 윗날개 그리고 시치미 뿌린 안심수비드와 유즈코쇼. 마지막이 소고기무우국밥. 여기에 닭고기를 찢어 넣었다. 식사량은 코스만으로도 넉넉하다. 국밥이 리필가능. 허나 염통과 근위를 안 먹고 가면 섭섭하지. 츠쿠네도 추가. 츠쿠네는 연골을 섞지 않아 햄버거패티 같다. 레이블에 야끼도리가 그려져 있는 기후현 산 쌉쌀한 사케를 코키지하기 참 잘했다. 달달한 타래 양념을 잘도 씻어 넘겨 주었다. 예약 시스템이 희안한데 1,3,5 등 홀 수 인원은 예약이 불가하다. 짝수로 맞춰야 한다. (2인분씩 접시에 담아낸다). 그리해서 10자리를 꼭 채운다. 저녁 1.2부. 원래 야끼도리는 이런 고급의 식사가 아니라 2차로 불쑥 들려 한 두개 시켜 대포 한 잔 하고 가는 곳인데. 야끼도리가 밀코스나 오마카세에다가 워크인은 불가하다니. 격세지감이다. 문화는 바뀌는 것이고 적응하는 것이라 해도. 지근 거리에 워크인을 주로 받는 2호점을 준비 중이라니 그건 참 반가운 소식이다.

아타리

서울 성동구 성덕정19길 1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