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멋도 좋았더라면 겉과 속이 함께, 내용과 포장이 같이, 알맹이와 껍데기가, 본질과 형식이 모두 좋으면 시너지가 난다. 신이 난다. 현실은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명실상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양이 좋으면 그에 걸맞게 내용이 뛰어나야 그나마 균형을 이룬다. 모양이 좋을수록 실력이 받혀줘야 하니 오히려 모양이 부담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 중심부의 프랜치 식당. 대표 메뉴 9th gate course. 참치타르타르와 또띠야. 바게트에 곁들이는 캐비어, 콘크림, 가다랑어크림. 스노우크랩살과 아보카도말이. 아보카도 룰라드라고 이름 붙인 건 형식이다. 비스크소스의 바닷가재집게살과 컬리플라워 퓨레. 클래식하다. 카포나타 푸타네스카에 올린 농어구이. 트러플소스의 안심스테이크와 셀러리 푸레. 아무리 봐도 미디엄. 샴페인폼과 라즈베리 소르베. 쁘띠푸르와 차. 분명 하나하나 다 맛있는데 톱 레스토랑 치고는 너무 평범한 재료와 구성. 특히 소스. 자연의 맛을 살린 건 좋았는데. 제일 중요한 한우 안심. 굽기를 물어 본다. 나오는 건 하나의 굽기로 나온다. 왜 그럴까. 일류식당에서 굽기를 묻지 않을 수는 없고. 하나의 텐더로인 덩이를 구워 셋으로 잘랐으니. 스테이크의 양이 정말 작다. 한 덩이를 이쪽은 미디엄래어로 다른 쪽은 미디엄으로 구울 수는 없지 않은가. 차라리 굽기를 묻지나 말던지. 아니면 잘라서 굽던지. 최고의 레스토랑이 모양 빠지게. 형식에 본질이 묻히는 순간이다. 이 식당은 형식과 모양을 내려면, 가오를 세우려면 좋다.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적절하다. 음식의 양이 작으니 우아하게 먹을 수 있다. 본질인 음식에 집중하려면 한 번 생각해 봐야한다. 그래도 여기서 음식을 즐기기 원할 때는 단품이다. 시키기는 코스가 편하고 좋지만 만족도는 언제나 단품이 크다. 친구가 저녁을 사면 솔직하게 리뷰하기 더 어렵고 조심스럽다.
나인스 게이트
서울 중구 소공로 106 웨스틴 조선호텔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