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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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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머리가 복잡하고 미칠 것 같을 때 일단은 그 공간을 벗어나는게 상책이다. 앉아서 씨름해 봐야 생각은 쳇바퀴를 돈다. 차를 몰고 나와 달려야 한다. 그렇다고 멀리 갈 수는 없으니 차가 막히지 않는 가까운 곳이어야겠지. 올림픽대로 거쳐 미사리 지나 팔당댐에 다다르기 직전 오른쪽 예각으로 꺾으면 바로 배알미동이 나온다. 팔당댐이 코 앞이다. 허름하지만 뜰이 넓은 촌식당. 주차장 넓어 좋다. 안동한우를 가져다 숯불에 구워 판다. 뜰에 놓인 둥근 식탁들과 뻘건 플라스틱 의자들은 참 시골틱하다. 이거지 이거야. 중년의 여사장이 고기를 얹고 잘라 익혀 준다. 강바람살살 불고. 늘 꽃등심. 100그람 이만원대. 일인분 150그람을 이인분 단위로 파는데 등심덧살을 붙여 팔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든다. 이전보다 고기의 양이 좀 줄었으나 그래도 서울에 비하면 싸다. 양파채와 오이간장절임이 찬의 전부. 상추 조금. 복중 물가 탓이리라. 고기 일인분씩 구워먹고 된장찌개 시켜 밥 말아 된장말이 하면 점심으로 그만이다. 배추김치는 푹 익었다. 그래도 머리가 복잡하면 팔당댐 쪽으로 20미터 걸어간다. 오늘 같은 날은 포효하며 댐에서 쏟아지는 강물을 볼 수 있다. 물멍. 댐멍. 물이 흘러가는 그걸 한참 보고 있노라면 골치아픈 문제를 잊는다. 잊혀지지 않으면 강물에 띄워 떠내려 보내면 된다. 단 생각만이다. 몸을 띄워 보내려 하면 안된다. 우리의 남은 여생은 저 팔당댐 아래 흐르는 강물보다 더 무섭게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눈으로 똑똑히 보라. 이것만 깨달아도 대박이다. 짜증나거나, 화를 참을 수 없거나, 미치겠거나, 소리지르고 싶을 때. 가서 안동한우를 굽자. 울고 싶을 때도.

장다리 한우마당

경기 하남시 아랫배알미길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