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집의 냉면 찬바람이 부니 냉면의 계절이 돌아왔다. 안동국시를 팔다가 평양냉면도 만들어 이름이 나 여러 곳에 분점을 냈다. 국시집에서 만든 냉면이 맛있을까는 선입견. 육수도 온도도 적당한 감칠맛, 면의 끊김과 식감이 웬만한 냉면전문 식당 못지 않다. 간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날 내 몸은 나트륨이 적정 농도이었던 모양이다. 소금간은 그날그날 몸에 따라 달리 섭취하게 장치가 되어있다. 하여 혀가 느끼는 소금끼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냉면과 함께 어복쟁반이 대표 메뉴. 가격이 좋았으나 이 집도 점점점점 오른다. 소자에는 사태와 양지를 두르고, 우설 몇 점, 특이하게도 익히지 않은 고기 몇 점 그리고 넉넉한 머릿고기와 양을 함께 올렸다. 목이버섯, 표고버섯 그리고 풍성하게 깔린 배추와 쑥갓. 끓여서 고기 각 부위별로 한 점 씩 맛보고, 육수 붓고, 고기나 야채 혹은 면사리 추가해 먹는 안주와 식사 겸용 메뉴. 겨울밤의 별미다. 어복쟁반 용 양념장은 간장베이스. 냉제육, 녹두전, 만두 등의 사이드메뉴. 모두 평안도 냉면집의 그것들과 구별할 수 없다. 큼직한 만두 반 접시. 한 사람에 하나씩 먹으면 족하다. 두부와 숙주가 담백히 들어 간 두툼한 피를 가진 만두는 맛있다. 여기까지만 있다면 여느 평안도 냉면집과 다름이 없는데, 기본찬의 김치와 부추김치, 깻잎김치가 남쪽 지방에 근거한 식당이라 표한다. 간간하고 매콤한 경상도식 김치들이다. 이 찬들은 간이 세서 심심한 냉면이나 어복쟁반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사이드메뉴의 컨디먼츠가 붉은 고추가 들어가 벌건 것도 이북식이 아니다. 이 찬에는 역시 뜨끈한 국수. 하여 안동국시를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안동국시 걸쭉한 국물 가운데 매끄러운 국시면도 좋다. 평양과 안동을 왔다갔다 했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 돌아와 냉면 홀릭들은 참 즐겁다.
우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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