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형해가 기억나지 않는 식당 더라운드 삼성점 윗 층. 최고의 위치에 최고의 가격. 이 최고의 중식당엔 여러 가지가 없다. 더라운드에서 운영하니 코키지 차지가 없다. 무슨 술을 가져와도 그에 걸맞는 글래스웨어를 제공한다. 술꾼들에겐 이보다 더 매력적인 조건이 없다. 두번째로 단품이 없다. 오로지 몇 가지 코스뿐. 그리고 보통의 중식당에서는 모두 있는 홀이 없다. 모두 룸 뿐이다. 음식은 양이 지나치지 않고 약간 모자라거나 적절하며,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의 맛을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단아한 중식. 그래서 분명 맛나고 훌륭한 요리임에도 음식이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음식이 분위기에 묻힌다. 이곳의 식객들은 음식의 맛이 으뜸의 조건이 아니라 버금가는 조건이다. 이곳은 만남, 사귐을 우선으로 하는 공간이라 읽힌다. 이곳은 음식값이 중요하지 않은 고객들을 상대한다. 그래서 고가다. 이 식당은 음식보다는 여기에 가 봤다는 이슈를 팔고, 큰 도자기 식탁 방의 화려함과 희소성을 판다. 하이엔드를 포지셔닝한다. 식객들은 대화에 집중한다. 음식을 두고 논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의 형해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매니저가 판나코타인지도 모르는 우유푸딩의 디저트가 너무 가벼워 음식이 인상적이지 않게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더원 앤 온리. 좀 오만한 이름을 판다. 그리고 은밀함을 판다.
더 원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648 삼안빌딩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