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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

별로에요

1년

📍라오삐약, 망원 여기가 대한민국인지 동남아인지, 아니 땅 위인지 물 속인지 분간이 잘 안 가는 요즘입니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 축축 처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에요. 이럴 때일 수록 입맛이 사라진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하는데, 저는 사실 입맛이 사라지는 거 까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잘 못하겠네요, 하하.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럴 때일 수록 향신료 향이 퐁퐁 풍기는 음식들이 생각나곤 해요. 그래서 인지 약속이 잡히면 항상 태국 음식, 베트남 음식, 하와이 음식 등 더운 지방에서 먹는 요리를 먹자고 지인을 꼬드기기도 한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약속이 잡힌 날이었어요. 날씨가 더운 데다가 습하다 보니 서울까지 나가는데 큰 마음을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망원동이니, 간만에 즐기자! 하고 큰 맘 먹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사실 저와 제 지인이 가려고 한 곳은 #다이너재키 라는 식당이었는데요 (8월 27일이 마지막 영업일이라고 합니다 🥺), 예약을 하지 않고 워크인으로 갔더니 30-40분 정도 기다려야된다고 하길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걷다가, 유독 외관이 눈에 띄어 들어가게 된 곳이 바로 #라오삐약 입니다.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전등, 그리고 민트색 간판이 저희의 이목을 사로잡아 들어가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어요. 근데 바깥에 아주 큰 75L짜리 종량제 봉투가 함께 전시 돼 있어 들어갈 때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답니다. 내부는 그렇게 넓지 않았고, 안에 손님이 3/4 정도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외관에서 봤던 이미지와 비슷하게 내부 역시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진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해외의 야시장 분위기를 자아내 불쾌하진 않았습니다. 처음엔 자리가 없는 줄 알고 들어가자마자 직원을 찾았는데, 직원들이 ‘어서오세요’ 라는 말 한 마디도 없이 저희 일행을 빤히 바라보기만 하셔서 저희 옷에 뭐가 묻은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자리 (= 저희가 앉게 된 자리) 에 복숭아가 담긴 그릇이 그대로 있길래 휴게시간을 방해한 모양이었나 봅니다. 저희가 밥을 먹으려고 하니 그제서야 귀찮다는 듯이 테이블을 닦으시고 테이블 세팅을 해주시더라고요.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웨이팅 없이 앉게 됐다는 거에 감사하며 음식을 주문했고, 저희 음식은 시킨 지 10 -15분도 채 되지 않아 바로 나왔습니다. 음식이 빨리 서빙된 점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음식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분들의 태도가 영… 날씨가 더워서 태도가 별로였다는 핑계를 대기엔 지금 대한민국 땅에 계신 분들 중에 안 더운 분이 계신가 싶은 생각이 들기에 별로 납득이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고수를 추가로 달라고 했고 충분히 인지하신 거 같았는데 음식이 등장할 때 깜빡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요청을 드렸더니 한숨을 쉬시며 고수를 담아 저희 그릇에 올려주시는데 참… 소비자 입장으로 조금 씁쓸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음식이 서비스를 뛰어 넘을 정도로 특별했던 것도 아닙니다. 도가니 소고기 쌀국수와 쿠아 미 (매콤한 볶음 쌀국수) 를 시켰는데요, 우선 두 메뉴 모두 토핑이 생각했던 거보다 많아 좋았습니다. 도가니 쌀국수에 들은 고기와 쿠아미 안에 들은 새우와 계란 모두 두 사람이 먹고 배가 부를 정도의 양이 들어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맛으로 따졌을 때, 제가 생각했던 맛과는 모두 평균에서 벗어난 맛이라 조금 놀랐습니다. 쿠아미의 원래 본 맛이 어떠한 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팟타이와 비슷한 볶음면 특유의 새콤 달콤한 굴소스 맛을 생각하고 한 입 물었을 때, 새콤 달콤한 맛보다는 짠 맛 뿐이 나지 않은 쿠아 미를 먹고 조금 놀랐습니다. 새콤 달콤한 맛은 전혀 찾을 수가 없더군요. 국수 또한 제대로 익지 않아 딱딱해 과자를 먹는 것과 같은 면발도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쌀국수의 면은 너무 익어 씹을 것도 없이 후루룩 넘어갔고, 맛 역시 특별한 맛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동네 프렌차이즈 베트남 식당에서 주문해 먹는 것이 맛과 가성비 측면에서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유독 너무 예민했던 걸까 싶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카카오맵에서 라오삐약의 후기를 보았는데요,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은 후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망원동에 줄을 서서 먹을 만큼 맛집이고, 직원들 역시 웃음이 넘친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 당시 방문했더라면 저에게 좋은 기억을 남겼을 거 같았던 맛집 하나를 잃은 거 같아 참 아쉬웠습니다. 신용산점은 사장님이 계셔서 그런지 좋은 평이 꽤 많은 거 같아 다음은 그 지점에 방문해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요즘 이런 시기에 두 명이서 19,500원이라는 가격에 먹기에는 배부를 정도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점과 토핑이 푸짐했다는 점 만큼은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라오삐약 관계자분께서 저와 비슷한 후기를 보고 개선점을 찾아 더 좋은 가게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라오삐약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10길 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