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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영동고등학교 뒷 언덕길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우연히 레스토랑 인스타그램을 방문한 후 플레이팅에 반해 오랜만에 파인다이닝을 예약했다.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생각보다 아담하나 테이블 간격은 좁지 않았다. 그림들이 걸려있는데 전시 겸 판매도 하는 모양. 자리에 앉은 후 크리스마스 코스에 맞는 가벼우면서도 싱그러운 이탈리아 와인을 추천받아 주문했다. 곧이어 나오기 시작한 요리. 서양당근에 파슬리로 향을 낸 스프는 당근을 즐기지 않는 애인도 부드럽고 향이 은은해 입맛에 맞는다 하였다. 아뮤즈부쉬는 부드러운 양파크림이 얹어진 대파칩과 파프리카, 올리브로 만든 폭신한 식감의 슈, 캐비어가 살짝 올려진 컬리플라워로 만든 판나코타. 원재료가 가진 향이 은은하게 역할하면서도 마지막 판나코타가 부드럽게 식감마져 잡아주어 위장에게 젠틀하게 식사의 서막을 알리는듯 했다. 여기서 지배인님이 결정적인 실수를 하셨는데 메뉴 순서를 제대로 오더하지 않으셔서 우리는 네번째 요리를 세번째에 먹고 말았다.ㅋㅋ 서빙하시며 죄송하다를 말씀하셨고 일곱팀을 혼자 핸들링하셔야만 했던 지배인님의 노고도 이해는 가지만.. 재료의 순서와 하모니가 중요한 코스에서 너무나 치명적이었다는.. 근데 또 이미 나온 메뉴는 서브를 해야만 했던건지 바꿔주진 않았음. 어쨋든 나온 토마토 콩피 관자 끄넬. 푸아그라 대신으로 나온 요리인데 생긴 것이 대충 보면 초밥같기도 하고.. 관자의 풍미가 어마어마했고 맛이 튈것 같다 생각했던 유자와 아보카도 크림을 토마토 콩피에 곁들여 먹으니 해산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은은한 조화가 훌륭했다. 변경한 메뉴가 튀지 않았어서 다음 메뉴도 무난하게 먹은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그치만 먼저 나와야했던) 연어 요리. 사실 연어가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훌륭한 식재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인데, 연어를 절인 후 댑싸리 씨와 샐러리무침에 곁들여 먹으니 연어 특유의 향이 잡혀 괜찮았다. 맛은 달랐지만 랜드캐비어라고 명명했는지 이해가 갔던 댑싸리 씨는 식감이 캐비어와 정말 흡사해 신기했음. 비린내 없이 담백하고 빽빽한 살을 가진 달고기 튀김은 도우가 엄청 얇은 감자칩 같달까? 담백한 무조림과 절임 토마토, 바질에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하나도 없었고 튀김가루로 무엇을 쓰셨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식감이었음 (비법 레시피라 이건 안알려주셨다). 한우 부채살 스테이크와 감자 퓨레는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면서도 이탈리아 트러플 풍미가 팡팡 터져 고급스러운 맛을 선사했다. 소스는 조금 단맛이 강한듯 느껴졌지만 이전의 섬세하고 미묘한 요리에서 향과 맛이 처음으로 톡 튀어서 오히려 즐겁기도 했음. 마스카포네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딸기 타르타르 디저트는 싱그럽게 입을 잡아주면서도 쫄깃한 타피오카가 식감도 재밌게 해주었다. 그냥 그랬던 마들렌과 다크초코쿠키에 반해 맛 좋았던 머랭과 싱그러운 유자? 푸딩을 마무리로 식사 끝. 한국에서 오랜만에 즐겼던 프렌치 파인 다이닝. 조금은 재미를 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큰 모험없이 안정적이고 섬세했던 완성도 높았던 요리들. 다만 파인 다이닝 방문의 목적이 맛 뿐만 아니라 서비스에서 기인한다 여겨 맛이 훌륭했지만 평점은 낮추었다. 와인도 가격대가 다양한 편이고 평일 점심 코스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

에빠뉘

서울 강남구 선릉로146길 33 S Block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