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속 화려하고 센스있는 빈티지 디자인 케이크가 설마 푸석푸석한 색소설탕범벅 버터크림 케이크일 줄은, 맛까지 빈티지일줄은 몰랐으니까. 맛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입 안에 남아도는 그 크림과 목이 저려오는 아득한 단 맛은 다시 한 번 우릴 정신차리게 했다. 한 입 먹자마자 왠지 출처가 분명해지고 m사의 향기가 나는 딸기시럽을 넣은, 원물 딸기는 들어가지 않은 딸기 쉐이크와 빨대가 곧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꽂혀나오는 대략 서너모금 정도의 양과 계절과일의 맛보다 시판 탄산수 맛이 강하게 나는 에이드. 대략 7000원 쯤의 두 잔을 합하면 우리는 이만원 초중반대를 결제하게 된다. 그래, 요즘 미쳐가는 물가에 이정도야..! 하고 결제 직후 케이크와 음료를 받고 자리에 앉아 사진을 열심히 찍고 선 (사진은 잘 나온다!) 조금 뒤 우리는 서로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이가 잔뜩 여기저기 나가있고 금이 가있고 대체 몇 천번의 포크질에 긁힌건가 싶은 빈티지 투명 아크릴 접시와 포크에 아득해졌다. 이런건 보통 식기로 쓰기보다 악세사리나 디피용으로 전시해둬야할 것 같았다. 참고로 나도 빈티지 수집이 취향이고 일적인 경험도 있다. 분명히 그건 식기로 적합하지 않은 컨디션이었다. 이가 나간 식기를 쓰는 곳은 처음이자 유일했다. 그렇다고 손으로 퍼먹을 순 없기에 이건 대충 넘어갔다. 두번째로는 케이크 맛에 더더욱 놀랐다. 첫 방문 전 딩가 인스타그램을 잘 보고 있던지라 너무 기대했었는지... 내가 감히 어떤 재료를 쓰는지 짐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가격을 생각한다면 한 피스당 팔천원이 넘어가는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디자인 값으로 생각해야겠다. 미끌거리는 크림에 입 안이 마비되는 설탕의 공격적인 맛, 푸석하고 퍽퍽한 시트. 이 세 조합에 이미 케이크의 주제가 되는 메인 재료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이 묻혔다. 처음은 나의 자의로, 나머지는 지인들의 선택으로 몇 번 딩가 케이크를 방문했다. 내가 불만족했다면 안오면 되는 것이라 할 말은 없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 웨이팅도 있다. 장소 자체가 컨셉에 맞게 꾸며진 스튜디오라 사진도 잘 나온다. 하지만 맛에 대해 논하자면 할 말이 많아진다. 혹시 케이크가 아닌 파이나 브라우니는 그나마 낫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다른 음료들도 크게 메리트가 없다. 비슷한 인상들이다. 전체 메뉴나 고정된 온고잉 케이크 종류가 많지 않아서 그래도 최소한 딩가의 반은 먹어보지 않았나 싶다. 왠지 모르게 익선동의 동백양과점과 많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거긴 팬케이크는 맛있었다. 하지만 그 곳은 맛을 고려해도 비율이 안맞는 높은 가격과 음료의 상태 때문에 겹쳐지는 듯하다. 두 곳 다 시각적 컨셉이 강한 곳임은 분명하다. 다만 여긴 전체적으로 대체 손님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음료의 맛(주관적일 수 없는 맛이라 생각한다. 마셔보면 직관적으로 아... 하게 된다)과 식기가 그 상태인지는 여전히 큰 의문이다. ++덧붙임 뽈레의 다른 리뷰어 분들 후기 사진을 보니 에이드잔이 테이블마다 너무 심하게 다르다. 같은 에이드여도 어떤 분은 내 사진 속 잔과 같은 잔에 받으시고, 어떤 분들은 큰 잔에 받으시고. 대략 잔 용량 차이만 두 배가 넘어보인다. 내가 방문할 때도 잔과 접시가 매번 달랐던 걸보니 이 곳 식기들이 테이블마다 랜덤으로 나가는 듯했다. 테이블마다 랜덤으로 음료 용량이 정해지는 건 너무 이상하다. 어찌됐든 나는 더이상 데려갈 지인들은 다 데려갔기에 더이상은 갈 일이 없을 것이다. 다행이다. 데려간 지인 중에 만족한 지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전부 숙연해진 채 매장을 나올 뿐이었다. 한 번도 케이크와 음료는 끝까지 비워진 적이 없었다. 진짜 리뷰 끝!
딩가 케이크
서울 마포구 동교로29길 68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