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맛을 평가할만큼 첨예한 미각을 가지고 방문하지 못했다. 막연히 지방으로 내려가 정서적 이방인처럼 발길 닿는 곳을 찾아 내려간 여수에서 엑스포의 흔적을 지나쳤다. 후문에서 처음 보이는 게장백반집에 들어갔다. 음식보다 소주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눈길 닿는 대로 장어구이도 하나 시켰다. 작은 사이즈의 돌게장은 장이 꽉 차있었고, 기분좋은 짠맛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강남 등지의 유명 간장게장집에서는 떠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싱겁게 나오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간장게장은 신선한 게 맛 뿐 아니라 강렬한 간장의 맛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밥도둑” 답지. 양념게장은 그냥 그렇다. 보기보다는 너무 짜거나 달지 않아서 다행. 장어구이는 직화의 느낌보다는 그냥 잘 익혀낸 후 양념을 살짝 발라냈다. 살짝 쪄내고 내기 전에 뜨거운 돌판 위에 올린듯하다. 장어나 오리와 같이 기름진 껍질을 가지고 있는 식재료들을 익히는 포인트는 언제나 동일하다. 껍질 겉은 바삭하고, 껍질 안 쪽의 지방은 그 아래 살코기로 잘 녹아 내려갈 것. 그런 점에서 장어도 그냥 그랬다. 물론 소주 한 잔 하러 온 여행자가 마다하기는 힘든 맛이었지만. 통통한 장어를 잘 익혀냈고, 양념도 순하고 괜찮았다. 사진에는 없지만, 본격 한 상이 나오기 전에 두부부침과 말도 안 되게 큰 왕꼬막이 나왔다. 안주를 기다리는 술꾼을 위해 먼저 내주신 스페셜 반찬에 이미 마음은 모두 녹아내렸고, 여수에 또 간다면 어쩔 수 없이 낮에 한 잔 하러 가게 될 것이다.
고향민속식당
전남 여수시 동문로 12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