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는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음식이다. 고기육수를 낸 국물에 국수를 말면 그만이기 때문에, 설렁탕에 소면 말아 깍두기 먹는 맛에서 그 친숙함을 찾을 수 있다. 맛 기행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취미로 자리잡을 무렵, 각 고장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체험해보기 위해서 전국을 다니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제주도에 있는 고기국수도 그들의 타겟이었다. 비행기타고 가야 하고, 뭔가 하루 정도는 써야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먹게 되었던 그런 제주의 명물(?) 고기국수 맛있는 돼지고기 국물을 내는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다. 오븐이나 팬을 미리 사용하는 서양식 조리법을 다 제외한다면 결국 두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뼈 육수와 고기 육수가 그것이다. 등뼈, 족발, 머리, 잡뼈 등을 푹 “고아 내서” 만드는 진하고 걸쭉한 육수는 일본식 돈코츠 라멘에서 잘 느낄 수 있는 맛이다. 강한 돼지의 향과 기름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중화하는 과정에서 향신료를 맘껏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맛이 상당히 화려해진다. 따라서 당연히 육수에 들어간 고기가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 삶아진 것 이상을 과시해야 한다. 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 후추 등이 어우러진 돼지뼈육수를 떠먹다가, 그냥 삶아 나온 돼지고기 고명을 먹으면 너무나도 싱겁게 느껴질 것이다. 일본식 라멘이 택한 방법은 그럼 그 위에 김치를 척- 이 아니라 바로 차슈 양념이다. 짭쪼름한 소스가 잘 배어든, 적당히 단단한 고기를 썰어내어서 그 어떤 강력한 육수 앞에서 내가 바로 고기다! 하는 느낌을 자신감있게 나타낸다. 원래 제주도의 고기국수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좋은 고기국수를 판별하는 나만의 기준은 있다. 일본식 돈코츠라멘보다는 덜 진한 곰탕 느낌의 육수, 안쪽에 심이 남을 정도로 삶아진 중면, 그리고 수육으로 먹을 때 정말 멋질 것 같은 고기이다. 나는 아무래도 김치를 얹어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깨끗한 육수가 올바르다고 본다. 제주느낌 팍 사는 김치를 얹어먹을 수 없는 국수라면 뭔가 아쉽다. 그렇기에 덜 화려하지만 깨끗한 육수, 새우젓이나 부추무침, 김치를 부르는 잘 삶아진 고기, 그리고 그 두툼한 맛들 속에서 녹아 없어지지 않는 존재감 넘치는 중면까지가 제주식 고기국수를 특색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이든고기국수집의 국물은 맑고 깨끗하다. 뼈의 맛 보다는 살코기의 맛이 많이 나는 정직한 곰탕 육수. 이렇게 하면 하루에 많이 팔 수가 없다. 기름을 많이 걷어내고, 뼈를 덜 쓴 육수는 아무래도 에센스를 만들어서 그때그때 희석하는 방법을 쓸 수 없으므로 손은 많이 가도 대량생산이 잘 안 된다. 그래도 추구하는 맛의 스타일이 있으시다는 주인분..! 훌륭한 육수와 더불어 면은 아주 적당히 잘 익었고, 찬으로 나온 김치와 부추무침도 적절한 맛이 난다. 마늘 후레이크를 뿌려 나오는데, 너무나도 참한 느낌의 국수라서 약간의 향을 추가했다고 느껴진다. 첫 입에는 꽤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이 들지만, 나중 갈수록 조각들이 힘없이 국물에 녹아버리면서 오히려 별로가 됐다. 다진마늘에 비해 크게 나은 아이디어라고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간을 강하게 하거나, 파와 같이 아주 소량을 올린다면 어떨까. 그리고 고명으로 올라온 고기는 정말이지 아아아주 잘 삶아져서 나왔다. 허겁지겁 한접시 추가 주문했지만 이미 하루치 고기는 모두 팔린 상태. 클래식방송을 틀어 놓고 고집스럽게 제한된 양만 판매하는 이곳의 육수와 수육은 분명히 먹으러 올 가치가 있다.
이든 고기국수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로 84 영플러스 우리주차타원 1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