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소부리해장국이 있던 곳에 새롭게 생긴 강남면옥. 송파구 인사동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체인점이다. 내 발로 함흥냉면을 먹기 위해서 찾아간 것은 2010년 이후로 처음인듯 하다. 최근 우연히 다시 본 허영만 화백의 식객 마지막 권에 나온 함흥냉면 편을 보고 며칠동안 입맛을 다시면서 그 질긴 면과 사투를 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맛이야 뭐 당연히 그런 맛이다. 매콤달콤하고, 육수는 간간하다. 식객에 나온 주인공은 눈오는 날 오장동 냉면을 먹기 위해 악천후를 뚫고 가서 주문하고, 그저 그런 분식집 스타일의 비빔냉면을 고추장 물국수라고 부르며 젓가락을 대려 하지 않는다. 그치만 나는 이 매콤달콤하고 시원한 국수들에 아련한 추억이 있는 것을..! 고등학교 시절 분식집에서 "세숫대야냉면 개시" 라는 종이가 붙은 것을 보면 일주일에 3회 이상 방문해서, 보통 냉면의 2배는 되는 그 맵고달고새콤한 냉면을 몇 초 만에 원샷하는지 스스로를 시험에 빠뜨리곤 했다. 참치김밥이 천 원이고 냉면은 이천 원 이었지만, 여름 한정 세숫대야냉면은 그 두 배의 값어치를 항상 해냈다. 김치말이국수인지, 분식집 세숫대야냉면인지 크게 구분을 못할 만큼 나는 "함흥냉면못알" 이기도 하고, 근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평양냉면만 찾아 먹기도 했기에, 오늘도 역시 그 함흥냉면 고유의 멋짐을 찾아내어서 먹을 만큼 민감한 먹주자로서 활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름의 초입에, 새로 생긴 깨끗한 식당에서, 간간하고 따뜻한 육수의 감칠맛으로 시작한 면발 당기는 여정이 매력적이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강남면옥
경기 광명시 범안로 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