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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구
5.0
17일

✍️ 라떼 맛집의 고전 (물 한껏 머금은 수풀을 거닐다) 옛날 옛적부터 픽해두었던 곳! 맛집 러버인 분이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셔서 알게 된 게 2018년이었으니, 벌써 6년 전이다. 그 길고 긴 세월 내 맛집 위시 리스트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2024년 봄에서야 도장이 찍혔다. 커못알에게 라떼는 두 가지로 나뉜다. 고소한 맛 나는 라떼와 신 맛 나는 라떼. 아니, 그보다 라떼가 맛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 듯한데, 내가 그랬다. 라떼가 단순히 우유에 에스프레소 넣은 것이라고만 요약할 수는 없는 음료임을 깨달은 계기는 판교의 올덴 브라운. 그때 마셨던 라떼는 고소함을 자랑했기에, 한동안 '맛있는 라떼는 고소한 라떼'라는 획일화된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후 '맛있는' 라떼를 찾아다니다가 신 맛 나는 라떼도 몇 번 접하면서, 커피 맛에 대한 두 가지 개념이 자리 잡았다(요즘은 산미 있는 걸 더 좋아함). 그런데 호랑이 싱글 라떼는 뭐랄까, 고소함만으로도, 산미만으로도 맛을 표현하기가 부족하다. 고소한데 고소하지 않고, 신데 시지 않고, 달달한데 달달하지 않다. 프랜차이즈의 탄 맛은 당연히 아니다. 어느 분은 크리미함을 느끼셨다고 하는데, 내게는 좀 더 라이트한 맛으로 다가왔다. 정체를 가늠하기도 전에 끝난 첫 번째 맛보기 이후, 천천히 음미했던 두 번째를 마치고 나오면서 메모장에 적은 단어는 "쑥 맛". 하지만 이도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이 맛을 형용하려면 공감각적 심상이 필요할 것 같다. 가령 비 온 뒤 풀숲을 지날 때 맡을 수 있는, 물 한껏 머금은 풀내음 맛-? 학교와 집 사이에서 묘하게 빗긴 위치라 갈 때마다 의지를 다져야 했는데, 서촌에 분점이 생겨 '라이트'한 마음으로 걸음할 수 있게 되었다. 해방 직후의 다방 느낌 물씬 풍기던 을지로와 달리, 분점은 서촌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게 안을 멤돈다. 다만 후르츠산도는 을지로 본점에서만 판매한다는 사실! https://polle.com/jayarnim/posts/18

호랑이

서울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3층 라열 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