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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한

추천해요

1년

#홍대삭 연희동점 옛날떡볶이, 모둠튀김, 생맥. 15~16년 전, 상수에 있는 홍대삭에서 큼직한 김말이 튀김을 처음 먹었을 땐 정말 인생김말이 튀김을 만난 것 같았다. 그동안 먹어왔던 김말이들이 싹 지워지는 느낌. 성인이 되어 맥주 한잔 하고플때면 친구와 홍대삭 앞에서 만나 떡볶이에 튀김, 맥주한잔을 먹고 헤어지곤 했는데, 그 이후에도 홍대삭은 꾸준히 생각나곤 했다. 즐거워야 하는 불금 퇴근길이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던 날,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그 옛날 친구와 떡볶이, 튀김에 시원한 맥주 한 잔 쫙 들이켰던 그 기억이 생각나 오랜만에 홍대 삭을 찾았다. 아, 떡볶이를 먹고 커피까지 먹고 가려고 본점이 있는 상수가 아닌 연희동으로 향했다. 홍대삭을 처음 갔을땐 노부부가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연희동에도 매장이 있고 젊은 직원들이 맞이해준다. 주문은 옛날떡볶이와 모둠 튀김 그리고 생맥. 떡볶이와 함께 시원한 생맥이 먼저 나왔다. 나중에 나올 튀김을 푹 찍어 먹기 좋게 떡볶이 국물도 넉넉하고, 떡볶이 떡을 건저 양념을 듬뿍 묻힌 후 먹으니 달짝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옛날 떡볶이맛. 여기에 시원한 생맥을 또 털어넣으니, 아... 난 단순한 사람인가보다. 넘 좋다ㅠㅠ 입안에 남았던 떡볶이 양념을 시원한 맥주로 싹 정리. 함께 주문했던 모둠튀김이 나왔는데 예상은 했지만 정말 푸짐하게 나왔다. 야끼만두, 어묵잡채, 고구마, 단호박, 오징어 몸통, 오징어 다리, 고추, 깻잎, 오징어치즈완자, 김말이. 떡볶이와 생맥으로 채웠던 자리 이번엔 튀김으로. 전에는 김말이가 제일 맛있었는데, 이날은 고추, 깻잎, 오징어, 단호박이 맛있었다. 뒤에 먹은 김말이나 오징어치즈완자도 좋긴했는데 이미 배가 많이 부른상태라 100% 즐기지 못한게 아쉬워.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맛있게 먹은 튀김은 고추, 깻잎, 오징어치즈완자같이 속에 담백한 두부가 들어간 튀김들이었다. 바삭이 아닌 빠삭한 느낌이 나는 튀김옷에 부드러운 두부소. 담백한 두부 맛이 생각보다 많이 느껴졌는데, 두부를 잘 안먹는 편이지만 튀김에서 느껴지는 두부맛은 오히려 담백해서 좋았고 달짝한 떡볶이 국물에 폭 찍어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단호박이나 고구마는 재료 자체의 단맛도 있고 익은 고구마는 포슬한 느낌 단호박은 이보단 좀 더 단단한 느낌인데 튀김옷이 빠삭빠삭빠삭빠삭. 튀김옷 자체에도 어느정도 간이 되어 있다보니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단호박은 안에 들어간 폭 익은 단호박도 굿. 오징어 튀김도 좋았는데, 몸통과 다리 모두 부드러웠고 바삭 튀김 옷이 고소해서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거나 양념간장에 콕 찍어 먹는것도 좋았지만 그냥 먹어도 간이 되어 있어 먹기 괜찮았다. 처음엔 튀김을 집게로 집고 가위로 잘라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먹었는데 먹다보니 어느새 젓가락은 내려놓고 집게로 튀김을 집어먹고 있는... 다른 튀김들이 워낙 맛있다 보니 중간에 먹은 새우는 부드럽고 맛있단 느낌 말곤 큰 감흥이 없었고, 갓 튀겨 나오면 엄청 뜨겁기 때문에 한김 식혀 먹어야 했던 김말이는 마지막에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 옛날에 먹던 그 맛, 식을 때 까지 충분히 기다리지 못하고 입천장 홀라당날려가며 먹던 그 맛을 느끼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김말이에서 나던 깻잎향. 깻잎 좋아하는지라 입안에 싹 돌던 그 향은 좋았는데, 튀김이 크기가 큰 만큼 안에 들어간 당면도 가득이고 약간의 찐득함도 있고 다른 튀김에 비해 요건 온기 빠지기 전 먹는게 더 맛있는 것 같아 다음에 먹는다면 초반에 먹는걸로. 치즈완자는 맨 마지막에 먹었는데, 쭉~ 늘어나는 고소한 치즈도 좋았고 떡볶이 국물에 폭 찍어 먹는 것도 맛있었다. 튀김이 그냥 먹어도 맛있고 간장에 찍어도 맛있고 먹다가 튀김의 기름짐이 느껴질땐 떡볶이 국물을 좀 더 많이 찍는 등 먹다보니 몇달동안 먹을 튀김을 한 번에 먹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퇴근길 생맥에 튀김, 떡볶이 먹으러 또 가고 싶다. 빠삭빠삭빠삭!

홍대 삭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89 1층